검찰이 지난 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기소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조만간 한 위원장의 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자유 언론실천재단(이사장 조성호)은 “결코 그런 몰지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만에 하나 그것이 현실화할 경우 윤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단초가 될 것을 경고하고자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종용해왔다. 집권 초인 지난해 6월 권성동 전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전임 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상혁 위원장을 향해 ‘정치도의’ 운운하면서 ‘후안무치’, ‘자리 욕심’ 등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고, 엽관제까지 들먹이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이 정연주 KBS 사장을 향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도어스테핑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0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임기는 ‘국민과 한 약속’이므로 어떤 압력이 있어도 소임을 다 하겠다”고
정상적인 사람 중에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전쟁통에는 세상을 온통 선과 악, 흑과 백으로 갈라 볼 수밖에 없고 어느 편에도 서지 않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벌써 1년 가까이 되어 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서도 전쟁 자체를 규탄하는 거로는 부족하고 ‘너는 어느 편이냐?’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번 전쟁에 있어 중립을 견제하고 있다. ‘국익우선주의의’ 현대적 흐름에 충실한 것이다. “지금의 세계 질서는 아직도, 다분히, 너무나 서구 중심이다” 인도의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뉴욕타임즈의 코헨 기자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관한 물음에 “서구 중심 세계관에서 탈피할 때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각 나라가 자신의 선호와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눈치 안 보고 당당히 추진하는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U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자국산 원유를 팔 길이 막막해진 러시아에 유럽 수출용 원유를 상당 부분 사들
어머님께서 암으로 3개월밖에 못 사신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고, 어머님을 병원에서 구급차로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같이 타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63세의 나이가 630 정도나 들어 보이는 농부의 슬픈 얼굴, 내 아버지는 하얀 시트에 누워 눈만 둥 그러니 떠 바라보시는 어머니 남기순님의 손을 잡고 천둥 같은 한숨을 토해내며 울음을 삼키고 계십니다. 다음 날, 아버지와 아들이 소를 팔기 위해 새벽길을 나섭니다. 그 병원에서는 3개월이라 하지만, 서울 큰 병원에 한 번 더 가보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집에서 기르던 소를 팔기 위해 아버지는 어미소, 나는 송아지를 잡고 새벽의 성황당 길을 오릅니다. 아버지는 저만큼 앞에서 어미 소를 끌고 앞서 가시고, 나는 뒤에서 송아지를 끌고 뒤를 따르는데,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이상한 흐느낌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새벽의 산새 소리 같기도 하고, 새벽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같기도 하고… 내가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낸 것은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아버지가 연신 팔뚝으로 얼굴을 닦으시는 모습을 보난 뒤였습니다. 아버지가 소의 고삐를 잡고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소의 고삐를 움켜쥐고 흐느끼며 우시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
윤석열 대통령이 5박6일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이자 북한 핵무장, 미·중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격변기에 성사돼 의미가 깊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워싱턴선언’과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 공격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확고한 결의를 담은 ‘워싱턴선언’을 채택했다. 미국은 “전술핵을 포함해 어떠한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 등 ‘전략적 상호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공식 문서로 핵우산에 대한 상호 신뢰도를 높였지만,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씻어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하자 국제 정세 및 안보 환경 변화에 조응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비핵 지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전술핵을 포함해 어떠한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 등 ‘전략적 상호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정상이 공식 문서로 핵우산에 대한 상호 신뢰도를 높였지만,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씻어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해야 할 일도 늘어나고, 그래서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점점 더 입에 달고 산다. 여기에 수시로 울려대는 이메일과 메신저,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사용하는 메신저 수도 늘어나서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은 기본이고,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도 꽤 많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거나 슬랙 같은 업무용 툴에도 메신저가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자체의 포스팅이나 댓글을 통해 호출되기도 한다. 이메일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전화처럼 동시성을 가진 더 긴밀한 매체가 있고, 우편물이라는 아직은 보다 공적인 도구가 있지만 이메일은 전화와 같은 사적 특성과 우편물이 가진 공적 특성을 모두 가진 디지털 매체가 되었다. 충분히 긴 내용을 보낼 수 있고, 기록이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장점 덕분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매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오래된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이 주는 효용
지금 국민의 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양당의 정치 수준을 보며 한심함을 넘어 개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과연 양당의 정치인들은 국민은 안중에나 두고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이 제삼지대 신당 창당 추진 견해를 밝혔다. 금 전 의원은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총선 때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세력이 등장한다면 한국 정치를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코미디 같은 발언들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희망의 등대이고, 국민의 힘에선 이재명 대표가 등불일 겁니다”,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측이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다. 거대 양당이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의 잘못에 기대 공생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양당 구도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에서 신당 창당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금 전 의원의 말처럼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힘과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와중에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라
디지털 세계의 습관, 특히 온라인에서의 시간 경험과 관련된 습관에서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휩쓸려가는 디지털 리듬속에 살고 있다. 생명체의 심리나 행동이 하나의 주기를 갖게 되는 현상인 ‘동조(entrainment)’와 이 동조를 일으키는 신호를 일컫는 단어는 바로 “시간을 주는 자”를 의미하는 독일어 “zeitgeber(자이트기버)”다. 동조는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와 우리가 맺는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업데이트율과 알림은 강력한 “zeitgeber”로 작용한다. 한밤중에 트위터를 켜서 스크롤을 내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셜미디어에는 24시간 주기마저도 깨뜨리는 위력이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자유 시간’마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가 아니게 되는 감각을 느낄때가 있다. 타인이나 기관의 활동에 우리의 주기를 맞춰간다는 것은 종종 그들이 우리더러 서두르도록 강요하거나, 기다리게 만들거나, 또는 둘 다를 통해 우리를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심리적으로 특정한 사회적 프레임에 맞춰지는 느낌도 커져갔다. 소셜미디어상의 시계는 끊임없는 상황 발생과 빠르게 증폭되는 분노라는 주기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법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방적 ‘퍼주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미 반도체법의 세부 사항 중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보유한 반도체 팹의 향후 운명에 대한 조항이다. 팹의 현황과 앞으로의 변화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 전환기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고민해야 하는 변환 전략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설계하고 상황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놓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경제 이슈와 관련해선 단연 ‘반도체’가 관심사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질서가 대전환을 맞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이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함께 농촌경제연구원 (KREI 이하 크레이)이 지난해 10월 1일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총생산량과 10a(300평)당 생산량, 벼 재배면적에 대한 과도하고 상식 이상의 수치를 적용한 결과가 만들어낸 억지 추정임이 드러났다. KREI는 2022년 10월 1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양곡관리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쌀의 과잉 생산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증가하며 타작물 재배 전환정책에 대한 농가의 참여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을 취하지 않으려는 입장이 연구에 반영되어, 있지도 않은 추정으로 거짓 여론을 조성하여 사실을 호도하기 위한 의도적 통계 왜곡이다. 관련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첫째, 쌀 총생산량 감소 추이는 최근 20년 추이에 비해 1.66%, 최근 10년에 비해 1.90% 정도 과소 평가함으로써, 총생산량 과잉으로 통계를 조작하였다. 변동직불제 목표가격이 214,400원이었을 때에도 생산량이 감소하였는데, KREI 예측은 2023년이후 지속
구급차를 타고도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연간 8천여 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은 의료인력 부족과 병상 부족으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이송시간도 마찬가지로 편차가 심각하다. 질병 관리청의 중증외상 및 다수사상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중증외상환자의 이송에 든 시간은 전국 평균 32분인데 지난해 재이송 원인의 30.3%가 전문의 부재였고, 이어 병상 부족이 16.6%를 차지했다. 환자 이송시간이 길어질수록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 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환자 재이송 과정 중 심정지에 이른 사례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41건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응급 의료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와 발목을 심하게 다쳐 119 구급대가 출동했다. 하지
우리 삶은 허구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들은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 경제, 국가와 같은 구체적인 문화와 제도까지도 지어진 이야기라 표현한다. 물론 신화나 설화같은 이 이야기들은 비록 허구지만, 우리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이야기가 가진 상호 주관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허구들은 실제 이를 현실로 오해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최초의 근대 소설로 이야기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주인공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탐닉한 나머지 모험을 떠나게 되며,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돌진한다. 오늘날 서부극이나 킬러 이야기, 스파이물에 빠져 이를 현실로 생각하는 이가 총기를 소유한다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소설의 세계에서는 막상 그런 이들이 일상에서 예상치 않게 발생한 사건도 별 문제없이 잘 마무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상과 현실을 뒤섞는 것은 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며, 이는 아마도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위험일 것이다. 과학소설(SF)의 이야기들은 이 시대 가장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과학을 기
국가 수가 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조사에 제출한 사과문이 공개됐다. 지난 2018년 민족사관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는 모두 2차례 서면 사과문이 제출된것에 불과했다. 정 씨는 사과문에서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후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는게 전문이다. 당시 학폭위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서면 사과의 양이나 필체를 보면 정성이 전혀 안 들어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A4 용지 3분의 1 정도로,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 가지고 올 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처분을 내리는데, 이 처분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175건, 2021년 392건, 지난해 447건이었다. 행정소송 청구 건수 역시 2020년 5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