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답장의 속도’가 주는 메세지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해야 할 일도 늘어나고, 그래서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점점 더 입에 달고 산다. 여기에 수시로 울려대는 이메일과 메신저,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사용하는 메신저 수도 늘어나서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은 기본이고,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도 꽤 많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거나 슬랙 같은 업무용 툴에도 메신저가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자체의 포스팅이나 댓글을 통해 호출되기도 한다.


이메일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전화처럼 동시성을 가진 더 긴밀한 매체가 있고, 우편물이라는 아직은 보다 공적인 도구가 있지만 이메일은 전화와 같은 사적 특성과 우편물이 가진 공적 특성을 모두 가진 디지털 매체가 되었다. 충분히 긴 내용을 보낼 수 있고, 기록이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장점 덕분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매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오래된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이 주는 효용 못지않게 피로감 역시 매우 크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조직심리를 가르치며, 베스트셀러 책 “Think Again”의 저자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애덤 그랜트(By Adam Grant)는 뉴욕타임즈에 ‘늦어서 미안할 일 아니에요, 우선순위가 아니니까!’ (Your Email Does Not Constitute My Emergency)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이메일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여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연설문을 지인에게 한 번 읽어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지인이 당일에 답변을 보내면서도 ‘늦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쓴 것을 보고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메일에는 빠른 답을 해야 한다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24시간 연락을 받는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의 일정에 삶을 맡긴다는 의미이자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그의 말은 한국 사회에서 “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가 자주 이야기되는 이유를 말해준다. 또, 사람들은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발신자의 실제 기대보다 더 빨리 답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고, 스트레스가 증가했으며 번아웃이 올 확률도 높았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포함해 각종 메신저가 자신을 호출할 때 우리는 보편적인 기준과 함께 자기 고유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그 사람과 그 일의 맥락에 따라 긴급성을 판단한다. 


이 맥락에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소위 ‘권력관계’라는 것으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일에는 그 일 자체가 중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해 자신의 시간을 써서 답을 빨리 보내려 노력한다. 반대로, 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시지에 여유를 두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읽음’과 ‘안읽음’의 차이를 논하는 많은 슬픈 글들이 바로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그랜트가 말하듯 “빠른 답장이 관심이나 애정의 척도인 경우는 거의 없다. 답장 속도는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에 달려있다”라고 단언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랜트의 동료가 자신이 아침에 받은 연설문의 피드백을 학회에 참석하고 있는데도 저녁에 그랜트에게 답을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애덤 그랜트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고, 또 그 연설문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서 일것이다. 여기에 “늦어서 미안합니다”는 말을 굳이 덧붙인 이유는 자신은 더 빨리 답을 하고 싶었음을 말함으로써 그에 대해 존중을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그랜트는 글 마무리에 그 이유를 “인류의 역사에서 빠른 답변은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소수의 필요에 내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우리 모두가 메시지에 파묻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리는 상대의 답장 속도로 상대의 업무능력과, 자신에 대한 존중의 정도를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물론 그것이 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인식이 이미 존재하고, 그 존재에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좀 늦어도 괞찮다. 기한을 정해놓지도 않았는데 지각이란 있을 수 없다. 답장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면 어떤가!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답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합리적인 인간인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보자.

 

인용 - Your Email Does Not Constitute My Emergency
 By Adam Grant / New York Times
-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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