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극단적 증오 정치가 부른 트럼프 피습 우리 정치 풍토도 되돌아봐야…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총기 테러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기 습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관중 1명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대선 후보가 암살 표적이 되고, 유세 현장 참석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목숨을 잃은 데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법치국가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유권자들과 활발히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악랄한 범죄다. 하지만 이런 일이 국경을 초월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탄이 귀 윗부분을 관통했을 뿐이라고 하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마터면 꼭 2년 전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 중 총탄에 맞아 숨진 것과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미 정계는 물론 세계가 위로와 함께 민주주의 위협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와 경각심을 쏟아내고 있다.


총격범은 유세장에서 100여m 떨어진 높은 건물 옥상에서 연단에 올라 연설 중인 트럼프 후보를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 트럼프 후보는 귀 위쪽을 관통하는 상처를 입었고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뻔했다. 현장에서 경호 요원들에게 사살된 용의자는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20세 남성이며, 아직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총기 난사범들이 자주 사용하는 AR-15 소총으로 유세장 밖 건물 옥상에서 정확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이런 미국적 현상은 보면 볼수록 우리 정치와 닮았다. 우리도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흉기 테러를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테러 사건이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미국과 우리 정치 상황이 겹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비전과 미래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극성 지지층과 열성 팬을 기반으로 하는 비호감 정치나 펼치는 게 우리 현실이 아닌가. 미국이나 우리나 정치인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게 아니라 서로 타협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번 총기 사건은 증오가 판치는 미국 정치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젠더 이민자 소수자 정책을 놓고 반목하던 워싱턴 정치는 2016년 트럼프 등장 후로는 더 자극적인 언사가 일상이 됐다. 이 사건들의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주요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범행 동기를 예단해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한 것도 비슷하다. 통합의 책무가 있는 대통령 트럼프가 비판자를 조롱하며 증오를 부추겼고,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는 질식해 갔다. 미국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건강한 공론장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4년 전 자신이 패배한 대선을 두고 “실제는 내가 이겼다”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적잖은 미국인이 사실로 믿고, 일부는 폭력적인 의사당 난입까지 했다. 대선 불복, 인종차별, 기후위기 부정 등의 언행 때문에 그의 재집권 시 미국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전 세계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 왔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정치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미국이 사실상 ‘잠재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피습이 또 다른 정치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치인을 겨냥한 흉기·폭탄·총격 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국경·이민, 빈부 격차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유럽·아시아 등에서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과 무관치 않다. 세계 질서 변화에 큰 분기점이 될 미국 대선이 평화롭게 치러지길 바라며, 트럼프 피습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에서도 정치인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열성 팬 현상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여야의 주요 정치인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양극화가 계속되면 정치테러의 안전지대도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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