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소셜미디어에 경고 문구를 붙이자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선 소재였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아질수록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이용자가 많이 보고됐지만,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인과관계는 발견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특히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진 미국에서는 중독을 일으키고 한껏 꾸민 다른 이의 삶과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를 담배나 술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국민건강 문제를 총괄하는 ‘국민의 의사’ 비벡 H 머시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주는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삽입하자는 주장에 관해 논의해 보자며, 뉴욕타임스에 직접 칼럼을 썼다. 다음은 비벡 머시의 칼럼중 일부이다.

 

지금 청소년층의 정신건강 위기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소셜미디어다.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증이나 우울증 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은데, 2023년 여름 기준 청소년층의 일일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은 평균 4.8시간에 달한다. 절반 이상의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때문에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을 온라인 괴롭힘이나 학대, 착취, 알고리듬으로 돌아가는 피드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폭력적이고 성적인 콘텐츠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청소년들로부터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게 해야 되고, 청소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지나친 사용을 조장하는 푸시 알림이나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과 같은 기능도 제한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쓸 수 없게 해야 한다. 부모들도 가정에서 취침 시간이나 식사 시간, 사교 활동을 중심으로 휴대폰 금지 시간을 설정해 아이들의 수면과 오프라인 교류(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소다)가 방해받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소셜미디어를 할 수 없게 막아야 한다. 물론 말은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족이 힘을 합쳐 공통의 규칙을 만들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한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자녀가 친구들은 다 휴대폰을 마음껏 사용하는데 우리 집만 엄격하다고 불평하면 부모로서는 변명이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도 로그오프 무브먼트(Log Off Movement)나 와이어드 휴먼(Wired Human) 같은 청소년단체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소셜미디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온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 공중보건 관계자들도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요구해야 한다. 의사, 간호사 등 임상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청소년과 부모에게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보다 안전하게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은 안팎의 전문가를 한데 모아 소셜미디어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옛 친구들과 연락을 지속한다거나, 공동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 등좋은점도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안전벨트를 하고 헬멧을 쓰면, 전문가들이 연구해서 만들어 놓은 수칙을 지키면 해결되는 여느 안전 문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가장 끔찍한 일은 자녀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부모들이 소셜미디어 문제에 관해 호소하는 어려움도 바로 그것이다. 해로운 콘텐츠와 숨겨진 해악 앞에서 외롭고 막막한 기분이 든다고들 한다. 


여섯 살, 일곱 살 먹은 나의 자녀들도 이미 소셜미디어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아버지로서 나도 언제 아이들에게 계정을 만들어줘야 할지 걱정이다. 


현실을 바꿔야 한다. 20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걸쳐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아지자, 의회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충돌 사고 테스트 등 여러 가지 안전 조치를 의무화했고, 자동차는 더욱 안전한 도구로 거듭났다. 또한 리스테리아균 감염으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의 해악이 위험한 자동차나 식품만큼이나 위급하고 만연한데도 왜 우리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까?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은 개인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부모들이 제 역할을 못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기술을 충분한 안전 조치나 투명성, 책임성 없이 세상에 내어놓은 결과다.


어떤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잘 보호하는가는 그 사회의 도덕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를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지식과 자원, 도구가 있다. 이제는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설 때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삶이 걸린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많지 않다.

 

원문 : Why I’m Calling for a Warning Label on Social Media Platforms, 
By Vivek H. Murthy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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