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국장에 광주(光州) 출신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되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내부의 우려와 반발 속에 강행된 경찰국은 김 국장의 이력과 초고속 승진 배경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치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순호 국장은 1963년 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대공특별채용(경장)으로 입직하여 불과 10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하였다.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 국장은 1990년 9월과 11월 ‘범인검거 유공’으로 치안본부장상을 받았고, 이후 같은 사유로 93년 경찰청장상 및 94년 경찰청장상과 검창총장을 수상하였다. 또한 ‘보안업무 유공’으로 95년 대통령상, 98년 경찰청장상을 받는 등 총 7차례 상훈을 받았다.
이의원은 “김순호 경찰국장은 이런 상훈을 바탕으로 대공수사부처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에 들어오기 전, 자신이 몸담았던 노동운동 단체와 동료들의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KBS 보도에 의하면 김 국장은 1989년 4월 경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이하 인노회) 활동을 하던 중 갑자기 잠적한 뒤, 같은 해 8월 경 당시 치안본부 대공 수사 분야에 특별채용 되었다. 김 국장이 종적을 감출 무렵을 전후해 인노회 회원들 20여 명이 검거되고 15명이 구속되는 등 대규모 공안 사건이 터졌는데, 김 국장이 밀고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고 했다.
YTN ‘뉴스라이더’ 보도에 따르면 ‘밀정의혹’을 사고 있는 김순호 경찰국장에게 경찰특채를 제안했던 사람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홍승상 전 경감으로, 김 국장은 홍승상씨를 “인생의 스승”이라고 표현하며 감사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국군보안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관리번호 2368번 안병권씨는 자신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김 국장을 조정래 선생의 소설 <아리랑>에 등장하는 악질 밀정 양치성을 비유하며 관리번호 1502번 김순호는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안씨는 자신과 김 국장은 일명 ‘학원 녹화사업’ 대상자로 1983년 똑같이 강제징집 당하여 1985년에 전역했다.
김 국장은 대학교 1년 선배인 故최동(열사) 등과 함께 학내써클 ‘심산연구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다가 1983년 4월 강제징집된다. 같은 해 11월 국군보안사에 끌려가 심사를 받고 B급, 1502번이라는 관리번호를 부여받는다. 1985년 전역후 부천지역에서 선배 최동과 함께 노동운동을 한다. 1988년 김봉진이라는 가명으로 인노회(1988년 8월 창립, 인천부천지역 노동자들이 모인 대중노동운동단체)에 가입, 이후 부천지구 조직책임자(지구위원장)까지 지냈다. 그러던 그가 1989년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몰아 탄압하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2022년 8월, 김순호 치안감으로 나타났다.
당시 치안본부는 한 차례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불법연행과 구속수사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1989년 4월 28일 연행되어 구속수사를 받던 최동이 고문후유증으로 실어증, 불면증 증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1990년 8월 7일 한양대학교에서 분신, 자결한다.
인노회 사건으로 18명이 연루되었고 그 중 15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되었다. 김 국장은 인노회가 공중분해 된 뒤 1989년 8월, 대공특채(경장)로 경찰관이 됐다. 김순호 경찰국장 임명은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신설한 의도와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찰장악을 통해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의 민주주의와 생존권 요구를 탄압하고,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같은 공안 사건을 조작하고, 불법사찰과 감시할 것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의 담당자였던 검사가 윤석열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된 것과 대공특채 출신 김 국장의 임명은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