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세월호 참사 10년, 기사 댓글, ‘막말과 혐오’ 더욱 심해졌다

“혈세에 빨대 꽂아 빨아먹는다”, “또 표팔이 한다”, “노란 리본 맘충들”…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흔히 ‘악성 댓글’이라고 한다. 사고 첫해부터 유가족을 울렸던 악성 댓글은 현재 단순 막말을 넘어 혐오에 가까워지고 있다. 심지어 특정 지역, 여성, 어린이 비하도 서슴없이 내 뱉고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참사는 올해로 참사 10주기를 맞는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희생자들이 세월호 침몰로 우리 곁을 떠난 날이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어렵게 보냈지만, 악성 댓글로 입은 상처는 여전히 흉터로 남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유가족은 댓글이 무서워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다.


작년 3월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모독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고소장까지 직접 제출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악성 댓글이 혐오와 모독으로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괴롭혀 왔을까? 또 악성 댓글은 처음부터 이렇게 거칠었고 혐오를 발산해왔던 걸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2014년 4월 16일부터 2024년 4월 10일까지 10년 간 ‘세월호’와 ‘이태원’ 키워드로 검색되는 10대 일간지와 3개 지상파의 기사 17여 만건과 여기에 달린 댓글 540여 만개를 수집해 혐오 발언 분류 알고리즘인 ‘헤이트스코어(HateScore)’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 첫해에 나타난 악성 댓글에는 혐오와 막말보다는 ‘해경’, ‘정부’, ‘구조’, ‘공무원’, ‘무능’ 등 정부 비판과 분노에 가까운 표현이 많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한 2019년부터 유가족을 위로하고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내용은 더 이상 찾기 힘들 정도로 댓글에 큰 변화가 보인다. 공무원, 해경, 구조와 같은 단어들이 빈도수 상위권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쓰레기, 좌파, 빨갱이, 재앙 등으로 세월호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악성 댓글은 편향된 정치 성향과 원색적인 욕설 그리고 유가족들을 향한 모독과 혐오 표현이 주를 이루고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단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하며 댓글이 변질되어 순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세월호 10주기인 올해는 댓글의 혐오 표현들이 더 격해졌다. 22대 총선과 세월호 10주기가 맞물려 댓글이 이전보다 정치색이 짙어지고 보여주기조차 힘든 혐오 표현들이 급증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체팔이, 표팔이, 좌파, 선거, 총선 등의 단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당명, 정치인 이름도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를 선거와 정치에 악용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성 댓글이 유독 많이 달리는 기사 유형은 악성, 혐오 발언이나 댓글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가해자들은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거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더 강한 자극의 악성 댓글을 찾아다니며 댓글을 재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정부의 무능’을 탓하는 댓글들은 시간이 지나며 ‘페미’, ‘레즈비언’, ‘게이’, ‘동성애’와 같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혐오가 등장하며 변질되어 갔다.


혐오와 막말은 치유와 극복을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을 무너뜨린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 이재현 군은 트라우마와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다 159번째 희생자가 됐다. 악성 댓글은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을 가리지 않고 대상을 모욕하고 공격하고 있다.


도를 넘는 혐오 표현으로 유가족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겪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故 세월호 희생자의 유족인 한 어머니는 “아이들을 팔아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 힘들다”라며 “이런 악성 댓글들이 없어졌으면 한다”라고 말한다. 악성 댓글로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사회재난 뉴스만큼은 댓글 창을 없애자는 취지의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표현의 자유, 댓글의 순기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이다. 여전히 악성 댓글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현실이다.


대안은 없는 걸까? 법률로 제한하지 않더라도 댓글을 관리하는 포털과 언론사의 노력만 있다면 최소한의 악성 댓글을 차단할 수는 있다.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기사와 함께 게재하거나 2차 피해가 우려될 때는 댓글을 제한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포털 서비스 네이버는 언론사가 기사 단위로 댓글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3년 9월 26일부터는 인공지능이 ‘자살’ 관련 내용으로 인식한 기사에서는 댓글과 추천 항목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을 비롯 사회적인 노력은 물론 뉴스 공급자들의 적극적인 댓글 관리와 정책이 악성 댓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본다.

 

인용 - 한국언론재단 ‘혐오발언 댓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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