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모든 존재의 울림” 변화하는 환경과 생태의 판소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발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3개 섹션과 양림동 일대로 확장된 전시 구성

 

전남투데이 김희경 기자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은 30개국 73 작가가 참여해 동시대의 복잡성을 그려본다. 따라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주위에서 비가시적으로 편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과 감응하며, 동시대 공간을 창의적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오는 9월 개최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를 발표했다.


■ 지속가능한 공간에 대한 탐색


분쟁 국경, 반-이주 장벽,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분리 정책 등 일견 무관해 보이는 화두 사이에는 공간, 그리고 공간의 정치적 조직화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기후 변화의 주된 효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산화탄소와 도시 생활, 사막화와 이주, 산림 전용과 동물 서식지 파괴와 식물 침입 등이 지독하게 상호 연결된 새로운 세계 지도와 새로운 위상 체계일 것이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개인 거주지부터 인류가 뿌리내린 행성 지구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와 같은 전시다.


풍경은 소리이기도 하기에 이 전시는 음악적, 시각적 형태를 아울러 연결 짓는 내러티브로 구성된다.


17세기경 한반도에 등장한 판소리는 이 땅에 뿌리내린 음악 장르로서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판소리는 ‘대중의 소리’라는 뜻으로, ‘서민 (subaltern)의 목소리’로도 풀이할 수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예술은 인간, 기계, 동물, 영혼, 유기 생명체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의 ‘관계적 공간’을 재사유하게 하는 특정 장소기도 하다. 공간은 페미니즘부터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방 투쟁을 잇는 교두보이기에 공간의 구분은 필연적으로 지정학적이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일부 작가들은 인간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동시대 지형과 도시상태 혹은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재현함으로써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어떤 작가들은 기계, 동물, 영혼, 박테리아와 이외에 다른 형태의 생명체들과 대화를 이어가거나 세상을 이루는 분자를 관찰함으로써 우리의 공간을 개방한다. 


또 다른 작가들은 현대 무속신앙을 발명하는 등 우주적 규모로 작업을 전개시킨다. 고도로 밀집된 지점부터 사막처럼 황량한 영역까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오페라로 기획됐다. 


■ 3개 섹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부 전시공간 양림동 공존과 연대 공간


전시에서는 다음 소리 유형 세 가지가 공간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라르센 효과(Larsen effect)로도 알려진 피드백 효과(feedback effect)로, 두 음향 방출 기기 사이에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두번째는 다성음악 혹은 폴리포니(polyphony)로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은 힌두교의 ‘옴’ 혹은 현대 과학이 말하는 태초기 빅뱅의 잔여음인 태초의 소리다. 여러 작가들이 소리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업을 하지만, 앞서 언급된 소리 유형은 주로 특정 종류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된다.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전시실 1, 2) 섹션은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모든 것이 서로 인접한, 모든 것이 전염되는, 그리고 즉각적인 반향실(echo chamber)이 돼버린 행성, 즉 이 밀도 높은 공간의 음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인간 활동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간, 종간 관계는 더욱 고밀도화 된다.


겹침 소리(polyphony)(전시실 3) 섹션에는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전시실 4, 5)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두 종류의 방대함’인 글리포세이트,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과 바이러스가 참된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광주광역시의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켜온 양림동도 외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양림동의 전시 ‘소리숲’은 본전시에서 뻗어 나온 장외 섹션인 동시에 일상적 삶의 환경 속에서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그 속에서의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림동의 옛 파출소와 빈집 등을 과감하게 활용해 사운드 프로젝트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협업 작업을 소개한다.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판소리로부터 배우다’ 4월 공개… 부대 행사 풍성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의 예술감독 지휘 아래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전시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한다.


9월 6일 개막식에는 한강 작가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밴드 위뮤(WeMu)가 협업해 작사한 노래를 선보이는 오페라가 준비돼 있다. 


아울러 개막과 동시에 학술 심포지엄도 양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다. 인류세의 문제를 공간과 소리, 과학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층위로 살펴보고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각국의 이론가와 창작가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선정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의 개막식을 통해 올해 광주비엔날레 프로그램의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 (Learning from Pansori)의 최초 상영을 준비 중에 있다. 프리미어 이후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인 영상은 니콜라 부리오가 집필한 시나리오에 기반하며, 일부 작업의 스틸 컷을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하게 된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면면을 보면 그 동안 환경, 생태 등에 대해 작업해온 작가들로 떠오르는 작가들이 포함됐다”며 “관람객들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한편의 오페라와 영화처럼 만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전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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