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축소·왜곡 경찰 권력 눈치 보나?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사건과 관련, “관계 당국의 사건 축소·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현 정부에 의해 사건과 수사를 축소·왜곡하려는 의도의 언론 통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이 과연 의혹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피습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대테러종합상황실’ 명의의 ‘1㎝ 열상으로 경상 추정’ 문자 메시지에 대해 누가 발송을 지시했고, 그 문자의 작성 경위는 무엇이고, 그 문자가 어느 정도 유포됐는지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사건 발생 직후 거의 1시간도 채 안 된 사이에 범행 현장을 경찰이 물걸레로 청소하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명백한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

 

이런 중대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치지 않았다. 경찰은 언론 발표에서 ”가해자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라는 짤막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것으로 갈음했다.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른 극단적 범행이라는게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은 그가 어떻게 왜곡된 정치 신념을 갖게 됐는지, 그의 행적이 어땠는지 소상히 밝혔어야 했다.


경찰의 비공개 결정만큼이나 국내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비공개 내용을 뉴욕타임스(NYT)는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피의자 실명과 나이, 직업과 자택 위치 정보가 담긴 기사를 3일 내보냈다. 기사에 첨부된 영상엔 모자이크 처리 없이 피의자가 이 대표를 찌르는 모습도 그대로 들어있다. 정확한 정보가 중대한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추측된다.

 

자극적이더라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외신의 관행도 반영됐다. 온라인상에는 피의자의 범행동기와 배후, 경찰이 피의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온갖 허위정보와 음모가 난무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검증되지 않은 의혹만 넘쳐나 사건의 본질은 멀어지고 사회적 혼란과 불신만 가중됐다.


또한, 이 대표가 피습 당시 입고 있었던 와이셔츠 등을 폐기 처리되기 직전에서야 쓰레기더미에서 수거했다. 그것도 야당이 와이셔츠 등 증거물이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업체에 전달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전후 사정을 설명한 후에서야 경찰은 피 묻은 와이셔츠를 수거했다.

 

이후 와이셔츠 상태 등을 토대로 경찰은 김 씨의 흉기 끝이 와이셔츠 옷깃에 길이 1.5㎝, 내부 옷감에 길이 1.2㎝ 구멍을 내고 관통한 뒤 이 대표 목에 길이 1.4㎝, 깊이 2㎝ 자상을 내고 내경정맥 9㎜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셔츠 목깃이 칼날을 막지 않았다면 치명적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인정한 핵심 증거를 왜 곧바로 확보하지 않았으며 쓰러진 피해자가 입고 있었던 핵심 증거품을 폐기 직전까지 내버려 둔 경위를 납득할 수 없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테러 사건이고 살인미수 중범죄를 하나의 일개 형사사건 정도로 치부하며 사건 자체를 축소하고 왜곡하려는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 볼 수 밖에 없다.


아울러 거의 죽을 뻔한 이런 엄청난 ‘정치테러’를 자행한 범인의 신상 공개를 왜 하지 않았는지 그 경위도 밝혀야 한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테러’ 당시에도 하루도 안 돼 신상 공개가 됐고, ‘리퍼트 (당시) 주한미국대사 습격 테러’에도 즉시 신상 공개했다. 


경찰의 말을 신뢰하기가 어려운 발표들뿐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나 과정을 보면 어이가 없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내용이 비공개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피의자 김 씨의 당적이나 범행 전 작성한 ‘변명문’ 전문은 물론 피의자 신상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다. 범죄인의 범행동기라든지 신상에 대해서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런데 비공개하면서 ‘비공개한 이유 자체’를 비공개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범죄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거나 그 수단이나 행위가 너무 잔혹하다거나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거나 하는 범죄는 오히려 공개하게 돼 있다.


이어 처음부터 경찰발 보도에는 공범이 없는 단독 범행인 것처럼 알려졌고 최종적인 수사 결과도 결국 그렇게 나왔다. 방향성을 갖고 이미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경찰은 피의자의 ‘변명문’도 찔끔찔끔 흘리지 말고 전면 공개해야 할 것이다. 살인 미수범이 직접 작성한 ‘7446자 분량의 변명문’은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할 가장 핵심적인 증거물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전문 공개를 거부하고 일부 내용만 추려서 발표했다. 권력 눈치를 보는 듯한 경찰의 이런 태도는 수사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1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견제론’(51%)이 ‘정부 지원론’(35%)보다 16%포인트나 높았다.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 같은 정치 종식”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와 진심 어린 행동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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