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민심 외면한 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건으로 지정한 지 245일 만이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대통령 부인을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특검법은 법 도입 이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실은 법안이 통과되자 “특검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례적으로 10분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통상 법안이 넘어오면 보름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즉각 거부’ 천명은 보름간 기다릴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는 민심을 외면한 불통의 대통령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특검법 조문을 일부 수정한 뒤 총선 이후 실시하자”라는 여권 일각의 구상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던 기조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번 특검법안의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두 특검법이 실제로 공포·시행될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성역 없는 수사로 오늘에 이르렀다. 국가정보원 댓글이나 조국 수사는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검을 피할 수 있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라는 답변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라진 정치 지형에서 논쟁적 사안에 이렇게 답변이 모인 일이 별로 없었다. 그 민심의 무게감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쨌든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법적으로 거부권 행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전에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는 여당과 대통령실도 냉정한 복귀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선거용 특검이라는 여론에는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번 특검법안 통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수단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여론이 다수다. 서울경제신문-한국갤럽 조사에서 67%가 특검법을 지지했다. 특히 중도층은 찬성률이 73%에 달했다. 국민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로 나왔다. 법안 내용이나 절차적 문제를 떠나 김 여사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던 김 여사의 애초 약속과 달라진 여러 돌출 행보가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싸늘한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거부권은 정확한 현장 민심 파악과 뼈아픈 성찰, 제도적 보완책 등을 토대로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혐의가 없다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하면 될 것이다. 혐의가 있다면 재판에 넘기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은 뚜렷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결정을 마냥 미루고 있고 심지어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9명 중 6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10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김건희 여사의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 앞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해야 한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 아닌 일반 국민이라면 이렇게 할 수게 있겠는가? 여권과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 대해 노골적인 편 들기와 봐주기 수사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야당도 특검법 처리를 완강히 밀어붙이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해야 할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 역시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정치 혁신을 위한 자기희생을 강조했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선민 후사를 특히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통과된 특검법안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선민 후사인지 방향을 제시하고, 유권자 앞에 설명해야 한다. 유튜브 언론의 함정취재로 공개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도 수사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4·10총선을 앞두고 대여 정치 공세의 불쏘시개가 될 게 자명하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잡음에 휘말린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을 대통령실에 복원하고 대통령 측근을 관리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순리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천명과는 별개로 앞으로 참모들과 논의하고 또 한 위원장과도 교감할 것이다. 대통령은 여당이 “민생과 무관한 총선용 정쟁 입법”이라고 주장함에도 왜 여론의 지지가 많은지 헤아려야 한다. 김 여사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지지층 사이에도 존재하고, 1년 넘도록 대통령실이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국민 70%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그것이 민심이다. “국민은 무조건 옳다”고 한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는 건 볼썽사나운 모순 아닌가. 그런데도 거부권 행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