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미국 이스라엘 편 들기… 중동전쟁 확전 키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 내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에 들어갔다. 이른바 전쟁 2단계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에 ‘한계점을 넘었다’면서 본격 대응을 경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내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와 무장세력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등 확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 재앙을 우려한 국제사회의 일시 휴전 요청을 외면하고, 사실상 “전쟁의 두 번째 단계”에 돌입했다. 전쟁터 한복판에 갇힌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절규는 끝내 외면당했다.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보병, 공병부대 등을 투입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쪽으로 조금씩 밀어붙이며 점령해 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고자 전면적 침공 모양새는 피하면서, 예고했던 전면전보다 제한적인 수준으로 작전을 전개하는 건 민간인 피해와 인질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침공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수뇌부도 정예군을 투입해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 전쟁의 목표에는 지상전이 필요하며 최고의 군인들이 현재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강도 높은 작전을 벌인 끝에 북부 일부를 장악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잡혀 가자지구에 억류된 200명 이상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 군사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작전 중에도 인질 석방을 위한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질 구출과 하마스 와해가 절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인도주의적 재난을 겪어온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더욱 가혹한 상황에 몰릴 것이다. 이미 8천 명 넘는 주민이 숨졌고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많은 주민은 남쪽으로 피난길에 올랐지만, 여전히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물과 식량에 이어 한때 통신도 완전히 차단되었고, 병원들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고 일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외면한 채 지상전에 돌입한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긴급 총회를 열어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120개국이 찬성했고, 반대는 미국·이스라엘을 비롯해 14개국이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민심은 분명하다. 지난 주말 동안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은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중동 정세가 크게 악화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키웠다.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소셜미디어에 “유대 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한계점을 넘었다”며 “이것은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저항의 축’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쟁터에서 분명한 응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지상전 단계로 전환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하 땅굴이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 관점에서 하마스의 거점이자 기습통로 역할을 하는 지하에 땅굴을 공격하지 않고는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기 힘들어서다. 이스라엘은 또 가자지구 내 병원을 하마스 지휘소로 지목하고 있어 병원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가 부비트랩이 곳곳에 깔린 복잡한 지하 터널을 구축했고 민간인과 인질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어 가자지구 지상전은 매우 어렵고 장기전으로 이어갈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면적 공격 대신 단계별로 지상 작전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조언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가자지구 지상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접근법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성 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제안과 일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테러’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지상전을 용인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전쟁을 방지하고 중재해야 할 유엔의 권위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유엔이 중동전쟁에 발만 동동 구르고만 있다. 유엔은 27일 긴급 총회를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안전보장이사회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 이견으로 결의안이 거듭 무산됐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국가 정상 중 안보리 상임이사국 소속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일했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도 올해 총회를 건너뛰었다. 전쟁을 방지하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이 전쟁 앞에 무기력해지는 것은 세계 평화의 위기다. 개탄스럽고 우려스럽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고 “미국은 완전한 이스라엘 편”이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행동(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한다면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선 넘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이‧팔 전쟁 저항의 축 확전 신호탄은 아닌지 새로운 국면에 돌입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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