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원 무기화, 흑연 수출통제 韓 배터리‧철강·비상

요소 수에 이어 흑연까지
산업현장 소 부장 수입 다각화 모색해야!

중국 당국이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에 흑연 수입을 90% 이상 의존하는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고순도·고강도·고밀도의 인조 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 흑연 재료와 제품이 대상이다. 수출을 전면 통제한 건 아니지만 이들 품목은 12월부터 중국 상무부에 이어 국무원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조 흑연의 94%, 천연 흑연의 98%를 중국에 의존하는 국내 배터리 산업계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흑연 제련과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압도적이다. 배터리 강국인 중국은 세계 흑연 제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자,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한 미국에 맞대응해 중국이 흑연과 음극재를 무기화하려는 이유는 알 만하다.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자국에서 대대적으로 육성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의 경제 제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에 맞서 다른 광물로도 수출 제한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흑연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제조에 사용되는 필수 광물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전 세계 흑연의 90% 이상을 정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이차전지 음극재용 흑연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3.7%에 달한다.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료로, 이차전지의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천연 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 용량이 낮다. 인조 흑연은 가격이 비싼 대신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경우 인조 흑연을 주로 사용한다. 생산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숨통을 중국이 누를 수 있는 매우 급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지연시킬 수 있고,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아예 수출을 불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흑연은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 4대 소재인 음극재의 국내 배터리 3사인 LG 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과 음극재 제조업체 포스코퓨처엠의 흑연 보유 물량은 1.5개월분이라고 한다.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수입처가 없다 보니 최악의 경우 국내 배터리 공장이 멈추어 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1~4위 음극재 기업도 모두 중국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수출통제를 본격화하면 국내 배터리와 음극재 업체는 핵심 원료 수급과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도 촉각을 기울인다. 흑연은 전기로 제련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전극봉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고품질의 일본산 전극봉을 사용한다. 일본 전극봉 생산업체가 중국에서 흑연을 들여오기 때문에 흑연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중장기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노력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국내 산업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핵심광물 33종 중 3대 수입국 안에 중국이 포함된 게 25종이나 된다.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희토류 5종과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70~100%에 이른다. 수년 전부터 중국 의존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는데도 오히려 대중 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다. 일이 터진 뒤 허겁지겁 군용기를 호주로 보내 요소 수를 들여오는 식의 땜질식 대응보다는 산업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광물질 원료 등의 다각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우리 산업이 멈추어 설 수 있다. 정부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21년에는 중국이 요소 수 수출을 통제하자 공급처 다변화로 70%대에서 66.5%까지 의존도를 낮췄으나, 현재는 90%대로 더 높아졌다. 이처럼 소 부장의 공급 불안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단기 대책에 그쳐 이번에도 대비 없이 위기를 맞게 됐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경쟁 격화를 시작으로 언제 어떤 나라가 어떤 장원을 무기로 들고나올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최근 ‘설탕플레이션’을 촉발한 인도의 설탕 수출통제도 이면에는 바이오 연료 산업 육성 의도가 깔려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 역시 갈륨과 흑연에서 그치리라는 보장이 없다.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새 공급처 발굴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탄자니아 등 제3국 광산과 체결한 흑연 장기공급 계약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가동될 국내 인조 흑연 생산공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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