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가을 넘을 것인가? 여권 분열을 불러올 것인가?

총선 1년 앞두고 ‘박근혜 사람들’ 속속 공개 행보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자택에 들어간 이후 첫 공식 외출을 했다. 장소는 팔공산 동화사.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보수 정치인들의 상징적인 장소다.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고 동화사 통일 여래 약사대불 앞에서 15분 동안 합장과 축원을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정치적 행보 해석을 경계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드러난 것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 외출 자체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는데 지난 연말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의 공개 행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곧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와 만나기도 했다. 경북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하고 박근혜 정부 실세 부총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던 만큼 그의 이번 행보는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으로 연결된다.


또 한 명은 현재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유영하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와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유 변호사 또한 방송에 출연해 이를 인정하면서 “(내년 총선 출마는) 조금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께도 제가 어떤 결심이 서면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총선에 또 나오고 싶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핵심 실세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있다. 검찰 시절에도 언론 인터뷰는 정말 안 하기로 유명했던 그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참고로 조선일보랑 안 한 건 과거 ‘악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인터뷰를 한 것만으로도 의도가 충분해 보인다.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총선에 나오고 싶다는 얘기다. 


“‘검찰 공화국’이라고들 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진짜 그런가요?”라고 반문하며 길게 반박했다. 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말은 아니다. ‘박근혜 사람들’의 총선 준비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에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적어도 현재로선 그렇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구 경북에 가면 최경환 전 부총리, 우병우 전 수석, 유영하 변호사 이런 분들이 어디 어디 출마한다는 얘기들이 돌아다니는데 다음 총선에서 만약 그런 공천이 이루어지면 제일 중요한 게 수도권 선거인데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

 

‘박근혜 사람들’이 국민의 힘으로 출마하게 되면 건넜다고 생각했던 ‘탄핵의 강’이 또 생긴다. 현재 국민의 힘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추진을 주도하거나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의석수 과반 확보가 절실한 국민의 힘으로선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박근혜 사람들’은 수도권까지 신경을 쓸 이유도 여력도 없다. 이러면 여권 분열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새로 자리 잡은 신권력 입장에선 이 또한 경계하는 부분이다. 분열하지 않으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방안을 찾을지, 아니면 과감히 떨어내고 새로운 권력 중심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려 할지를 고민하는 기간이 앞으로 있을 거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났는지는 총선을 앞두고 누가 더 자주 대구 서문시장을 찾고 동화사를 방문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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