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테트리스, 얼굴없는 도시

 급속한 서구화의 물결속에 세계의 도시들은 사실상 얼굴없는 회색빛 도시들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벽돌을 쌓아가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공간을 가로, 세로 메워가는 것이다. 서구적 패션과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체인점들과 마트, 도시를 뒤덮고 있는 아파트 와 빌딩숲에서 그 도시의 얼굴과 정체성을 발견해 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오늘은 사람들이 도시를 하나의 숲과 덩어리로 바라볼 때 도시의 외적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도시의 ‘경관(Landscape)’은 그 도시의 풍경, 조망, 외경 등 가시적 의미로 많이 활용된다. 


“landscape”는 “paysage(구획된 농촌 경관)”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고대 영어 ”landskip“와 고대 독일어 “landschaft”라는 용어에서 변화된 것이다. 랜드스케이프는 풍경이라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하지만 단어 자체의 구성요소가 갖고 있는 의미로 볼때 비슷한 사물로 구성된 복합체 즉 조직,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곧 landscape는 풍경으로서의 의미와 다양한 체계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도시의 경관’은 사람들에게 도시이미지로 형성되고 각인된다. 사람들은 도시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고 그 이미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미지화하여 기억한다. 거기에는 태초부터 존재하는 ‘자연경관’도 있고 또한 주로 도시계획구역내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환경, 도시공공시설과 그로 인한 제반활동에 의해 구성되어지는 ‘도시경관’이 있을 수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많은 시각이 있겠지만 어떠한 면에 대하여 단적으로 도시는 하나의 시각체라고 생각한다. 건물, 도로, 다리, 공원 등의 작은 시각체가 모여 거대한 시각적인 미와 기능성 보여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M.I.T의 도시계획가인 케빈린치(Kevin Lynch)는 한발 더 나아가 도시를 ‘시각적인 도시’에서 ‘이미지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빈린치는 “도시의 이미지(The Image of City)”라는 책을 통해 “도시는 사람에 의해서 이미지화(image ability)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도시환경의 이미지를 정체성(Identity), 구조성(Structure), 의미성(Meaning)의 세 개의 요소로 나누고 있다. 


정보화 시대, 이미지의 시대란 점을 고려해 볼 때 ‘케빈린치’의 주장은 현대사회의 도시디자인에 있어서도 간과 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며, 이 세 개의 요소들은 떨어질 수 없는 상호 밀착 관계로 도시환경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착안점이 될 수 있다.


‘도시의 정체성’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과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각 도시의 자체적인 문화, 역사, 건축 양식, 사회적 특성 등을 토대로 다른 도시와 차별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도시에 대한 동일감과 소속감을 부여한다. 또한 시민들의 사회적인 특성, 문화적인 다양성, 주민들의 가치관 등도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도시의 구조성’은 도시의 위치, 지형, 지형 특징 등을 고려하는 지리적인 구조나 다양한 사용 용도와 기능을 생각하는 기능적 구조, 다양한 사회적인 구조와 그룹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사회적 구조, 등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공간과 패턴의 설계를 의미한다. 이는 도시의 기능성, 효율성,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 도시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도시의 의미성’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의미하며 도시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으로 감정적 정서를 유발하여 도시를 독특하고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와 연결감을 제공한다.


도시를 하나의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볼 때 ‘정체성’은 그 사람을 판독할 수 있는 ‘지문(finger print)’과 같으며 ‘구조성’은 그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골격(skeleton)’이다. 마지막으로 ‘의미성’은 외적으로 보여지는 그 사람의 ‘피부(skin)’라고 볼 수 있다.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이며 동적인 시스템으로 많은 것들이 집적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많은 사람들, 차량의 물결, 그리고 빼곡한 건물들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처럼 천개의 나무를 가진 도시라 해도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되는 숲의 모습은 어떨까? 


이같은 사람의 몸의 비유처럼 도시도 이 세가지 요소가 서로 어울려 도시의 얼굴이 되고 이미지가 된다. 현대 도시의 기능성만이 강조되어 너무 획일적이고 단순화된 우리의 도시에 생명과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크고 멀리 바라볼 줄 아는 숲의 시각적 디자인 기획이 매우 중요하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