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에 막힌 한국언론… 尹 정부 진짜 상대는 외신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있을지언정 하늘은 가릴 순 없다

 최근 대통령실이 언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차례 의아했다. 정부에 공보 전문가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대(對)언론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실수가 너무나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라고 해서 비판적인 보도를 모두 받아들이고 순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기사가 틀렸다고 다툴 수도 있고 그런 일이 계속되면 정면으로 대립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도 적절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MBC기자를 전용기에 못 타게 하거나 순방 도중에 대통령이 일부 매체의 기자들만 불러서 사담을 나눈 것은 대통령실에서 언론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마추어적이다.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이 정국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결정이 시발점이다. 논란이 일자 단지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대통령 순방 취재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곧 취재를 제약하는 것과 같다는 걸 대통령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MBC의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에 대해 “해외 순방에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외신이 특정 언론사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국제적 이미지만 추락했다. 국제기자연맹은 15일 “윤 대통령의 MBC공세가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우선,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것은 이른바 ‘비속어 논란’ 보도다. ‘동맹을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에 대해 MBC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국민도 있다. 비속어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대통령실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거친 표현에 대한 국민 우려를 알고 있다”고 한 반면, 부대변인은 “비속어 사용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비속어 사용 대상이 야당인지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발언을 한 것인지도 잘 모르는 대통령실이 MBC의 보도가 왜곡됐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보도를 구실로 매체와 다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판적인 국내 언론만 통제한다고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감출 수 있을까? 현재는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우리 국민들도 외신에 주목한다. 외신의 한국에 대한 관심, 한국에서의 외신 영향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K-방역 등을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이태원 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참사 초기 상당수 국내 언론들이 선정적인 현장 보도와 함께 경찰, 소방 등 일선의 책임을 묻는 ‘정부발 보도자료’를 따라간 반면, 외신들은 냉정하게 피해자 중심 보도를 이어가며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따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외신 보도에 호응하고 있다.

 

외신이 한국 사회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서울에 사는 시민이 외신을 통해 촛불시위의 존재와 규모를 알게 되는 현실이 황당하다.

 

국내 언론보다 싸늘한 외신의 보도 태도에 놀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월 1일 급히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날카로운 질문에 쩔쩔맸다. 특히나 맥락이 닿지 않는 농담을 했다가 큰 빈축을 샀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한국 사회 시민 여론의 흐름만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계산법에는 이와 같이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사과’와 ‘인정’, 그리고 ‘사퇴’가 정치적 동력을 상실하는 후퇴라고 생각해 거부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더 큰 ‘국제적 망신’을 초래해 국내의 여론 흐름에서도 ‘파탄’을 맞을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자의 차이는 매체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므로 단순히 한국 언론이나 기자들을 비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외신이 한국 사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취재 역량을 강화할수록, 한국 사회와 국민들은 국내 언론과 그들을 비교하면서 외신 보도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외신을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지만, 한국의 언론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 한국 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의 협력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외신과 함께 비판자 역할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