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메꽃
김명숙
해가 뜨고 지는 일상이
전광판의 광고처럼 삽시간에 흘러가 버렸죠
나를 잡아 흔드는 소리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곧추 잡아야 했어요.
나를 부수고 깨어나는 일, 쉬운 일만은 아니죠
어느 한 선택을 위해선
다른 또 하나의 선택을 저버려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철저히 나를 깊은 수렁의 연처럼
모래 속으로 더욱 더 침참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간간히 어루만져 주고 가는 바람의 중얼거림에
조금씩 힘을 내며
안개비가 해안선에 흰 발 내딛어 가듯
한 뼘 한 뼘 해안을 향해 덩굴손을 뻗기 시작했어요
멀리서 구름을 타고 안개비가 내리는 듯해요
쏴아~
푸르고 깊고 청량한 소리가 귓전에 들려와요
어느덧 내 몸에 분홍나팔귀가 돋아났어요
이제, 바다의 소리 죄다 들려요.
김명숙 시인
-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문학상 동시 등단
-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2011
-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 가곡 46곡/ 동요 87곡 발표
-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작시
-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작시
- 수상: 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도전한국인 대상,
-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제43회 방송대문학상 수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