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중 일상의 비대면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을 피할 수 해주는 모든 기술과 문화가 사회적으로 장려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난 30년간 진행된 ‘오프라인 세상에서 온라인 세상으로의 이행’을 가속시켰고 배달 음식과 온라인 쇼핑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가 화면 속에서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이야기할 때도 마치 그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간의 특성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코로나19라는 특이한 사건은 전 지구적 재택근무라는 도전적이고 거대한 실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메타버스의 부상도 그 여파라 할 수 있다. 재택근무의 전격적 시행은 절대로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매일 출퇴근을 하던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을 넘어 사회적인 삶 자체를 바꾸는 변화이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재택근무를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 특정 영역의 매우 제한된 직종이었고 팬데믹이 닥치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은 반드시 대면 업무가
20대에 아이 셋을 낳은 아빠의 병역을 면제한다? 딱 봐도 현실성 없는 이 대책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 나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 힘은 이를 전면 철회했지만, 국가 중대사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여당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개탄스럽다.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국민의 힘에서 나오는 저출산 관련 대책들에 꼭 들어맞는 속담이다. 국민의 힘이 30살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둔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논란이 일자 곧장 철회했다. 김기현 국민의 힘 대표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추진 계획이 없다고 진화했다. 집권 여당에서 이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 저출산 대책으로 논의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30살 이전에 자녀를 낳는 건 고사하고 결혼조차 하기 힘든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난, 집값 걱정 등에 결혼이 날이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상 지난해 평균 초혼 나이가 남자 33.7살, 여자 31.3살이다. 이러니 “돈 있는 사람만 군대 가지 말란 거냐”는 야유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 힘 방안에는 만 0세부터 18세까지 매달 100만
일상이 나 자신의 얄팍한 버전이 되지 않기 위한 투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첫 번째 주범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 때문에 주의 집중 시간이 자꾸 줄어들고,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유혹이 일상에 가득해졌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의 정치화다. 많은 사람처럼 나도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정치, 그러니까 뻔한 당파적 분노, 경마 관전 같은 선거 분석, 트럼프 발 오늘의 스캔들 따위에 몰입한 채 보낸다. 그래서 내가 세운 비책이 하나 있다. 바로 예술로의 도피다. 누구나 어릴 때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험담에 푹 빠져서 밥을 먹을 때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않았던 일, 어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온몸이 터질 것 같았던 기분,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서 그대로 그림 속 평행우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던 느낌. 이런 경험을 우리는 흔히 책이나 노래에 푹 빠져서 넋을 놓았다고 표현한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존재를 잊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예술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자의식 강한 자아의 입을 닫게 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예술 작품이 우리 정신의 보다 깊숙한 영역, 사람의 감정과 도덕적인 감수성이 깃든 잠재의식의 왕국, 인간
해마다 겨울철 월동에 들어간 꿀벌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는 농가에서 봉군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현 피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약 40만~50만 개 봉군이 응애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월동 피해 규모는 조사 중인 가운데 지난 동절기 월동 피해(40만 봉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 문제가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꿀벌 해충 ‘응애’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농식품부는 양봉 농가에서 오랜 기간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방제제를 널리 사용하면서 이 성분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해 꿀벌 폐사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는 꿀벌 전염병인 꿀벌응애 감염증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응애는 꿀벌의 애벌레나 등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먹으며 산다. 물론 일부의 폐사 원인으로 응애도 지목을 받는다. 지금까지 응애 퇴치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음에도 또다시 응애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꿀벌의 폐사 원인으로 응애보다 기후 변화가 폐사의 큰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드디어 겨울이 지나갔다. 매화가 첫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노오란 산수유가 점점이 피고, 담장 너머 노랑 개나리꽃들이 아기 같은 손을 흔들며 웃는다. 곧 목련도 세상을 환히 밝히는 꽃등을 켜겠지. 봄이다, 봄! 발걸음이 왠지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에 묻어나는 향기는 지난겨울의 춥고 무거웠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 내는 듯하다. 지난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힘들었다. 끝을 알 수 없던 기나긴 COVD-19와 수시로 들려오는 불안정한 경기지표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모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천재지변. 인간의 존엄마저 의심케 하는 수많은 질곡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봄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봄은 다시 찾아왔고 우리는 희망의 기운을 느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위기 속에 새로운 희망을 그려냈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묵묵히 앞을 향해 걸었다. 역사의 선각자들은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에 답해왔다. 수많은 역경에도 봄의 희망을 담아왔던 것이다. 고전주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강제징용 배상 협상’과 관련,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12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지난 7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은 대선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며 ‘김대중-오부치 정신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언급한 대선 공약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제삼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이 ‘김대중·오부치 정신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미래를 위한 결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국내 반발이 거센 데다 일본도 호응을 보이지 않자 ‘여론전’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사와 가치의 문제이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안이다. 그럴듯한 수사(修辭)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 해법에 대한 반대(59%)가 찬성(35%)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부시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총괄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강경 기조를 밀어붙이는 데 앞장섰던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지금이야말로 “신냉전이 준 기회”라며, 미국이 외부의 적에 맞서 초당적인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적을 불문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모두가 합심해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그런다고 경제가 살아나거나 나라가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전쟁 몰이에 제동을 거는 반대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논의를 거쳐 의견을 모으는 통합과 반대 의견을 묵살한 획일적인 의견 일치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다원주의 사회는 여러 가지 원칙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다. 민주주의는 그 원칙과 가치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상향식 시스템이다. 지도자의 말이 곧 법이 되는 하향식 권위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이 온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한다는 이야기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과 다르다. 퓰리처상을 받은 그렉 그렌딘의 책 “신화의 종말”에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정부가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이 현재 맞닥뜨린 지정학적 도전을 설명하는 데 철 지난 사고방식에 기댄 틀이 그대로 쓰이곤 한다. 나머지 등장인물을 아무리 바꿔봤자, 경직된 구닥다리 세계관 안에서 이 세상의 주인공인 미국에 기대되는 역할은 늘 같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냉전적 사고와 세계관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히려 ‘신냉전’이 도래했다는 주장이 먹히면서 냉전적 사고는 더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냉전 시대 주적(主敵)이던 소련은 신냉전 시대에 중국으로 대체됐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중국 인민군의 전력은 미국보다 먼저 우주선을 쏘아 올렸던 스푸트니크 충격에 비견되곤 한다. 냉전 시대 미국에는 이름부터 불길하기 짝이 없는 현존위험위원회(CPD, Committee on the Present Danger)라는 조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가려내고 예방하는 조직이었는데, 이 조직이 부활했다. 잠정적인 최대 위협은 이번에도 역시 중국이다. 러시아에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비축해 둔 무기가 줄어들자, 다시 한번 미국이 “자유 진영의 무기고가 되어 민주주의와 자유의 질서를 수호하는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때문에 실시했던 원격수업이 다시 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한때 감소했던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교폭력 가운데 언어폭력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신체폭력·집단따돌림·성폭력 외에 언어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스토킹과 성폭력 등의 경우 최근 수년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면서 정부와 학교 차원의 대응책이 나오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이 생겼지만, 언어폭력에는 이런 잣대가 다소 느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서 보도 된 것처럼 일부 학부모들은 가해자이면서도 변호사를 선임, 재판까지 가며 반성하지 않는 학부모와 가해 학생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의 진행형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이 있는 학부모라면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상대피해 학생이 얼마나 다쳤는지부터 묻고, 가해 사실이 확인되면 아이와 함께 피해 학생과 부모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며 선처를 호소할 것이다. 법을 잘 아는 일부 학부모들은 가해자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만 집중한다. 우선 피해 학생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은 2위다.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 비율은 2020년 기준 전국 평균 43.8명으로, OECD에서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평균에 가려진 함정이다. 1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낸 ‘전국 시·도별 의료공백 실태 및 개선방안’은 지역 격차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릴 수 있는 인명이 손상되고 있는 데다, 지역별 편차가 컸다. 대한민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6명의 70% 수준이다. 이에 역대 정부는 꾸준히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과목에서 의사가 점점 부족해졌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이지만 충원율은 15.9%(33명)에 그쳤다. 지난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겠다”라고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 전공의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의대생들은 그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신종 코로
‘ChatGPT’(챗GPT)가 도대체 뭘까? 최근 들어 챗GPT가 화제다. 특히 학계, 지식인 사회, IT 산업계 등에서 탄성과 불안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앞으로의 세상은 챗GPT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챗GPT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공개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코딩이나 명령어 조작 없이 사람이 텍스트로 입력을 하거나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그 명령을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연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챗GPT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 세상의 명암은 어떤 것일까? 알아야 할 것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서비스에 나서자 곳곳에서 경탄과 공포감이 분출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지니는 만큼,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과 평가를 통해 성적과 학위를 발급하는 교육기관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뉴욕과 시애틀 등지의 미국 공립학교는 교내 와이파이망과 컴퓨터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 사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대학은 시험과 과제물 제출 때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접 손으로 써서 내도록 바꾸는 추
농경 시대, 경제의 기본 단위였던 가정에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노동력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도 이어져 “인구는 곧 국력”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국가는 개인과 가정, 기업 등 다양한 경제 주체를 하나로 묶어냈다. 한 국가는 다른 국가와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경쟁했다. 군사력과 생산성도 치열한 경쟁 대상이었는데, 이를 떠받치는 중요한 지표가 또 인구였었다. 그래서 인구가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인구 성장률이 조금만 정체돼도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는 우려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사회학과의 왕펑 교수는 이러한 오래된 통념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는 먼저 전 세계 인구가 지난 70년간 무려 세 배 이상 폭증해 80억 명을 넘겼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 인구가 영원히 증가하는 것보다는 언젠가는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드는 시나리오가 원래부터 더 그럴듯한 경로였다고 말한다. 중국이 60년 만에 인구가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표하자마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Ross Douthat)이 “고령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