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갈수록 잦아지는 극한 호우, 정부 대책 서둘러야!

 

추석 당일까지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지난 20일부터 ‘물 폭탄’ 수준의 가을 폭우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남부지방 일대는 그야말로 ‘물 폭탄’을 맞았다. 광주 전남지역도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지역은 수확을 앞둔 벼 피해가 컸다. 순천 도심은 거리가 강처럼 변했다. 한 시간 만에 11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진도군은 도로가 물바다로 변했으며 상점들이 침수됐고 하천이 넘쳐 도로와 산책로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20일 21일 사이 300㎜가 넘는 비가 내린 순천 도심은 거리가 강처럼 변했다. 논과 밭 등 농경지가 물에 잠겨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이번 폭우로 전남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 222헥타르에서 피해가 났고 소방본부에는 4백 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여름 장마철도 아닌 가을, 그것도 10월을 앞둔 9월 하순에 역대 최고급으로 내린 이번 극한 호우는 전례가 드물 정도로 장기간 이어진 불볕더위 뒤 갑자기 찾아왔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며 정체해 있던 북태평양기단에 약화한 태풍 풀라 산(열대저압부)의 강력한 비구름이 더해지면서 극한 호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안 그래도 긴 정체전선에 따른 폭우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는데, 태풍의 영향까지 겹치며 애초 예상을 벗어난 엄청난 비가 내린 것이다.


홍수경보와 산사태 경보에 4백 명 넘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나, 하천이 범람하고 차량이 침수되는가 하면, 땅 꺼짐, 정전 사고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 등의 우려로 주민 1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김해 대성동고분군의 한쪽 사면이 무너지는 일도 발생했다. 문제는 극한 호우가 이처럼 단시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일이 이젠 절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극한 호우도 세계적인 이상 기후 탓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와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불볕더위와 폭우가 교차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반세기 중 가장 길었다는 가뭄이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다가 장마철에는 다시 기록적인 많은 비가 이어졌다. 올해도 전례 없는 폭염이 추석 때까지 계속되다가 갑자기 극한 호우가 발생했다. 이처럼 극단을 오가는 이상 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잦아지고 그로 인한 피해 역시 더 커진다는 게 기상학계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극단을 오가는 날씨가 일상화됐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더디고 헐겁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부터 내린 호우·강풍·풍랑으로 인해 7개 시도, 46개 시군구에서 1501명이 이재민이 됐다. 부산 사상구 도로에는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의 대형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전남 장흥에서는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으며, 수확기의 농가 피해도 잇따랐다. 21일 하루에만 397.7㎜의 폭우가 쏟아진 경남 창원을 비롯해 충남 서산, 전남 순천, 부산, 경남 거제 등 전국 곳곳에서 9월 일강수량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 세계적으로도 극단의 폭염·홍수·산불·혹한이 교차하거나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한국도 지난 8월 낮 기온 33도가 넘는 최장 폭염 일수와 열대야를 겪고, 추석까지 한낮 30도를 넘고 열대야를 겪더니, 가을 폭염이 물러나기 무섭게 9월 폭우가 쏟아졌다. 계절을 가릴 것 없이 기후위기가 국민의 일상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 200년 빈도 폭우는 상시로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배수시설이나 저류조 용량은 과거 30년 빈도에 대부분 맞춰져 있어 기습 혹은 극한 폭우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 큰 하수관로를 심고 거대 용량의 저류조를 건설하는 작업이 단기간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각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개선 속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천 정비 등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방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분야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는 빨라지는데 국가적 대응은 턱없이 느리고 미흡하다.


극단의 기후는 이제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뉴노멀이 됐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재난 대비책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이번 극한 호우는 9월 강우로는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법한 규모였다. 과거의 잣대로 만들어진 대응 전략이 통할 리 없다. 미증유의 재난이 닥치는 만큼 대응 전략에도 획기적인 보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불가항력의 재난이라 해도 철저히 대비한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환경부가 내놓은 기후대응 댐 구상이 곳곳에서 실효성 논란을 빚었듯이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근시안적이고 퇴행적이다. 국회는 주도적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기후위기의 백년지대계를 짤 특위 설치를 조기에 매듭짓기 바란다. 중요한 건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다. 재난 대비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선제 대응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에 이은 가을 폭우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상이변 때문에 취약지대 거주 주민들의 불안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번 극한 호우의 경고를 외면하지 말고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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