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언론 정치계 무더기 통신 조회, ‘정치검찰’ 도 넘었다

 

검찰이 지난 1월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을 상대로 무더기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사건과 관계없는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통신 가입자 조회가 무더기로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통신 조회는 전·현직 기자들은 물론, 자신의 가족과 고교 동문 상당수와 일반인 까지 통신 조회에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수처가 국민의 힘 의원들에 대해 통신 조회를 하자 “정치 사찰”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검찰이 수사를 빌미로 야권과 언론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는 것이다. 통신 조회 사실 또한 7개월이 지나 통보된 점도 문제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조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더욱이 대통령 한 사람에 관련된 사건을 위한 수사 목적으로 일반 시민의 통신 자료까지 무더기로 조회하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검찰이 이래도 되는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는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 사실 통지’라는 문자메시지를 통신 조회 대상자들에게 일제히 보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과 통화한 언론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뿐 아니라, 해당 보도를 한 기자의 친인척과 학교 동문 등 보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시민들까지 통신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통신 조회 대상자가 무려 3천 명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상과 규모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한다며 수천 명의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인의 통화기록을 들여다본 것은 공안 통치를 뛰어넘는 사정 통치를 보여주려고 하는 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어 과거 군사정권이 안기부, 기무사를 앞세운 공안 통치를 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운 사정 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검찰이 마구잡이로 ‘통신사찰’을 했으며, 총선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7개월 후에 통지했다. 통신 자료는 휴대전화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말한다.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활용된다. 통화 날짜와 시간 등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와는 다르다. 그러나 통신 자료를 대량으로 파악해 정리하면 기자의 주요 취재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취재 활동의 자유가 위협받는다. 


정치인도 어떤 기자, 어느 언론사와 주로 접촉하는지 드러나기 때문에 ‘정치 사찰’ 논란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와 전혀 관련 없는 무고한 시민들은 검찰의 통신 조회 통보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신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 힘 의원 등 135건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자 “독재 시절에나 하던 짓”, “정치 사찰”, “국민에 대한 사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당시 공수처보다 훨씬 방대하고 무차별적인 통신 조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야당 대선후보의 대변인 통신 자료는 왜 조회했냐”며 “야당 대선 후보마저 사찰한 거 아니냐? 야당 국회의원들 자료는 왜 또 그렇게 많이 들여다봤냐”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조회 건수는 70여 명이었다. 지금의 3.000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윤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수사에서 벌어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애초 검찰이 정당한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갖다 붙여 수사한 게 문제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를 넘은 취재 자료까지 무더기로 압수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기소를 하려고 온갖 무리한 수사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검찰이 법원 허가를 받을 수 없었기에 ‘통신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것이고, 다른 수사에서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통신이용자 정보를 활용했는지 밝혀야 한다. 만일 다른 수사에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면, 이런 관행을 검찰에 계속 용인해도 되는지 우리 사회가 논의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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