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시간만 있을뿐 대통령은 없다.

 ‘윤석열 vs 이재명. 대선에 이어 두 사람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번 라운드는 장내 여의도와 장외 서초동 법조타운을 오가는 복합전 양상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투쟁의 주역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전선에 서 있다. 이재명 대표가 노태우 정부 사정정국 때의 김대중 총재처럼 살아남을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칼’에 쓰러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과잉 권력화한 검찰이 주도하는 현 국면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색빛 전망이 우세했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은 물론이고, ‘경제 6대 악재’로 꼽히는 내수 부진, 수출 부진,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값 하락도 회색을 더욱 짙게 만드는 요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이재명 대표가 압승했다. 최고위원도 거의 다 ‘이재명계’로 채워졌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국정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관료들, 집권 여당 지도부가 끌어간다. 따라서 정책 의제는 대통령과 행정부, 여당의 전유물이다. 야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별로 할 일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정권을 잡았을 때 잘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시간이다. 지난 4개월 동안 국민이 눈으로 본 건, 대통령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부재, 강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정작 대통령이라는 권력 구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작동하는 건 검찰 공화국이다. ‘대통령 역할의 실종 검찰의 전 정권 공격’이 정치의 전부다.

 

그렇다고 마냥 상대 실수만 바라고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민주당마저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면 국민들은 양비론과 정치 혐오로 돌아설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이다. 힘도 책임도 없지 않다. 외교, 안보, 산업, 연금개혁, 정치개혁 등에서 민주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갈 수 있는 쟁점들이 있다. 민생 법안을 우선하겠다는 다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이재명 대표 소환 문제가 불거지자 민생이 싹 사라진 느낌이다. 스탠스, 메시지 조절을 잘해야 한다. 민생 없는 개혁이 성공한 적이 없다.

 

지금 민주당은 오랜 동지적 관점의 수구 운동권 세력이 냉전적 사고와 옛날의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와 경제, 산업 분야까지 이념과 이익 공동체로 굳어져 있다. 이들은 다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바와 다른 자신들이 설정한 이념과 이해관계 속에서 비상식적인 결정을 한다. 현대 기술 사회를 이해 못하는 비지식적 결정들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후보자의 경쟁력 차이에서 온 패배일 수도 있지만, 이미 수구화된 세력의 모습을 깨지 못한 민주당의 모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청년 당 대표와, 자신들을 탄압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맞아 선거 승리를 이뤘다. 민주당 반대 측의 또 다른 강대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 파격적인 인물을 통해 선거 승리를 거머쥘 동안 민주당은 그들만의 후보, 그들끼리의 선거를 통하여 패배를 맞이한 것이다.

 

절묘하게 야권을 분열시킨 노태우 대통령 이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대선 승리를 한 집단은 동종 세력만이 아니라 이종 세력을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다.

 

민주당은 다음에 집권하려면 지금이라도 새로운 세력을 당내에 집단 이식해서 ‘정치 도사’가 된 운동권 출신들을 우선 정리하고 국민들로부터 옛날처럼 혁신의 기대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대변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 내부 반발로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지위까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민주당이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권도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비서실 개편이 진행되었지만,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은 회복될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무 기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국을 풀어가는 큰 그림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여야 관계는 물론이고, 여권 내부 권력 투쟁도 마찬가지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놔두고 있다.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이 초재선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를 열심히 지시하지만, 그게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당에서 온 정무 라인을 다 쳐내고, 검찰 출신만 중용한다. 거기다 파견받은 ‘늘공’이 전부다. 그걸로 대통령실을 운영한다? 턱없는 소리다. 국정 운영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재를 중용해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식의 통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검찰 아니면 지인만 등용했다. 당도 소외감에 밤마다 통음 중이다. 고위 관료들은 지금 용산보다 법무부 눈치를 더 본다.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의 개편이 시작되고 비서진, 행정관 등 실무진 중 ‘윤핵관’ 추종 세력이 물러난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여권의 혼조는 지속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 여권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만들어낸 혼조인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단순한 대통령 보좌 기능만 하는 상황에서 그 사람들 보고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물러날 수 없으니, 윤핵관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권의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다.

 

반면 세상은 점점 더 진영화하고, 양극화된다. 그리고 이기심과 능력주의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연대와 공동체 의식은 약화될 것이다. 그러니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기 마련인 대통령제는 사회를 더욱더 황폐화할 뿐이고 각자도생을 사회적 합의 도출로 전환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권력을 가급적 분산하고, 가치의 다원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한국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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