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부재중… 장관도 국회도 지금은 부재중

 

제왕적 대통령제로 상징되는 소모적 소용돌이 정치구조를 해결할 주체는 그 정점에 있는 이가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 모두다.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특단의 결심, 헤어질 결심을 모두가 해야 한다.

 

최근 연이은 기록적인 물 폭탄으로 온 국민은 혼란의 연속이다. 지난 8일 수도권 집중 호수가 내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전화로 상황관리를 한 것을 두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야권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재해 대응을 비교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전화로 모든 걸 다 해결했다고 얘기했는데 참 난망한 얘기이다.

 

전화기 한 대만 있으면 다 된다는데, 그러면 위기 대응과 관련한 상황실은 왜 필요할까. 또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상황 정리다. 여러 부처의 견해차가 다르므로 한 번에 한자리에 모아서 정리를 해줘야 할 터인데 그걸 자택에서 전화로 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국민들은 위기상황 시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 의문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저술가인 수전 제이코비는 그녀의 저서 반지성주의에서 트럼프시대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태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했다. 무지와 무사 유, 모양 식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 기제와 잘못 결합하여 민주주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굥이 엉뚱하게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들고 나왔다. 한마디로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그것만 보는 반지성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있나! 비민주적 특권의식에 빠진 검찰 출신의 자신의 의식세계 성찰은커녕 그저 반대세력에 대한 적대감만을 표출하는 그것이야말로 반지성주의 아닌가. 지성 주의를 말하려면 우선 자신이 말한 공정과 상식부터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불공정과 비상식을 정상으로 전도시키는 반지성의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검찰 공화국이 아니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다친 사람이 속출한다. 이렇게 갑자기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누구부터 조처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큰 사고나 대규모 재해 등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부상자 상태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있다. 이를 ‘중증도 분류(Triage)’라고 하는데, 일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8일 수도권 일대 집중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특히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방이 침수되는 바람에 이곳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반지하 방에 세 들어 사는 장애인이었다. 아직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다니, 도무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재난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대통령실 카드뉴스 홍보에 잔인하게도 장애인 가족 참사 현장 방문 사진을 사용하며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문구를 넣어 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해당 카드뉴스를 삭제하는 촌극까지 빚이었다 또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갔다 했다 대통령이 밤새도록 다녀야 되느냐는 실언도 있었다. 대통령도 정부도 머릿속에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응급환자에 골든타임이 있듯, 골든타임을 지키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비는 빈부 격차를 드러내는 상징물이었다. 기택이 박 사장의 저택에서 빠져나와 폭우에 잠긴 반지하 동네를 맞닥뜨리는 장면은 백미 중 하나였다. 거센 빗줄기는 부자에겐 ‘운치’를 더하는 풍광이지만 반지하에 사는 기택에겐 일상을 휩쓰는 흉기였다. 기택네처럼 반지하에 사는 가구는 전체의 2% 2017년 국토교통부 주택실태조사 반지하 주택은 월세가 산 대신 큰 비가 오면 침수되기 일쑤 경상소득을 10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하위 40%(1∼4분위)가 전체 반지하 거주 가구의 70%를 차지한다.

 

9일 발달장애 가족의 참사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하천 관리가 문제”라고 짚더니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며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라고 하더군요.라고 남의 나라 이야기하듯 하였다. 이날 인명피해는 서민들이 사는 저지대에서 주로 발생하였는데 언덕 위에 아파트가 침수되는 걸 목격하고도 이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그것도 대통령이 한다는 건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자정을 넘긴 새벽 0시 20분에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가 열렸다. 새벽이지만 해당 지자체, 광역지자체 단체장이 다 참석하고 최소한 화상으로라도 연결하는데, 위기관리센터에서는 가능하지만 서초동 아파트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까이 있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실 용산 초기에 많은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던 게 누구인가. 문 전 대통령 때도 재난재해가 여러 번 있었는데 관저에서 위기관리센터까지 차로 1분 거리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했다.

 

지금은 대통령이 고립됐던 상황인데, 대통령이 고립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던 것 아닌지 만약에 그게 비가 아니라 전쟁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통령도 정부 장관들도 국회도 부재중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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