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소속 후보들 약진… 민주당 텃밭 변화 조짐 보여

격전지 10곳 중 7곳 패배… ‘제 사람 심기’ 원인 커

 

전남투데이 강영선 기자 |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서 참패했다. 석연찮은 공천 잡음으로 컷오프된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2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 22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공천했으며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명현관 해남군수, 김철우 보성군수와 무공천한 강진을 제외한 19곳에서 무소속 후보들과 대결했다.

 

민주당은 이중 순천을 제외한 9곳을 오차범위 내 접전지역으로 분류하며 승리를 자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중 5곳에서 참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순천시장 선거는 노관규 무소속 후보가 55.77%를 득표하며 41.90%의 오하근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전남 정치 1번지 목포시장 선거는 전 현직 단체장의 리턴매치로 전임 단체장이 20% 로이트 격차를 보이며 완승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후보들의 경쟁력보다는 ‘제 사람 심기’ 등 구태를 반복, 민심이반을 초래하며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민주당 한 의원은 “겉으로 보면 과거 선거와 다르지 않은 압승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라고 했다.

 

우선 국민의 힘 득표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국민의 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번에 3명 모두 득표율 15%를 넘었다. 주 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90%,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7.88%,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81%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선거 때 국민의 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광주와 전남에서는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다.

 

국민의 힘 김철근 당 대표 정무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호남에서도 많은 분이 국민의 힘 이름으로 민주당과 당당히 경쟁하고 선출직 공직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여건과 토대가 마련됐다”라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6·1지방선거 전 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은 민주당 19명, 무소속 3명이었으나, 이번 선거로 민주당 15명, 무소속 7명으로 재편됐다.

 

광주 지역이 전국에서 투표율 꼴찌(37.7%)를 기록하는 등 호남 지역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민주당으로선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40%를 밑도는 투표율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며 “대선 패배에 실망해 투표장을 안 찾은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정치 기피·혐오’ 현상이 계속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호남에서 ‘민주당=당선’이라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곳곳에서 고소·고발전에 음해가 벌어졌다”라며 “경선 잡음으로 공천을 못 한 지역(강진)까지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 선거 때는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 패배 이후 이번 지방선거에서 쇄신과 변화를 기대했으나 공천 결과는 결국 자기 사람 심기였다"라며 "민주당 후보들이 경합지역에서 대다수 패하면서 당장 2년 뒤 총선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선거 패배 후 입문을 통해 “6·1지방선거에서 보여주신 지역민의 뼈아픈 질책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도민께서 들어주신 회초리를 채찍 삼아 절박한 마음으로 반드시 혁신의 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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