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김건희 보고용’ 서울시장 여론조사 “1천개 돌려”

2022년 6·1 지방선거 이틀 앞두고 ‘미공표 여론조사’ 진행
명 씨 “사모님이 궁금해하신다. 서울시장 여론조사 바로 돌려라”

 

전남투데이 정홍균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사모님(김건희 여사)이 궁금해한다”며 미공표 서울시장 여론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명 씨는 경남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과 관련해 ‘김 여사 보고용’이라며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고, 지난해 말 여당 당무 감사에서 최하점을 맞은 김영선 전 의원을 위해 김 여사에게 줄을 댔다고도 밝혔다.

 

이는 2022년 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말고도 김 여사의 정치, 행정 개입이 다방면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어서 ‘김 여사 국정 개입’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녹취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재작년 6·1 지방선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자 투표일을 이틀 앞둔 시점,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공표 여론조사를 지시했다.

 

이날 정오쯤 이뤄진 통화에서 명 씨는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1천 개 돌려보라. 후보 물어보고, 정당 물어보고, 1천 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좀 달라고 한다"고 지시한 뒤 "사모님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다'고 한다, 금방 끝나느냐, 서울 전체니까"라고 거듭 재촉한걸로 보인다.

 

미래한국연구소의 '차기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여론조사는 서울 거주 유권자 1천 1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명 씨의 지시대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만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명씨는 또 2022년 11월23일 저녁 통화에서는 강씨에게 창원국가산단 관련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윤석열 사진을 위로 올려서 그 크기로 ‘국가산단이 필요합니다’ 넣어야 한다”며 “이건 부탁하는 거거든 사모(김 여사)한테”라고 말했다. 이 통화는 국토교통부 실사단이 창원 현지에 창원국가산단 부지 심사를 온 날 이뤄졌다.

 

그로부터 넉달 뒤인 지난해 3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신규 창원국가산단은 추진이 공식화됐고, 김 전 의원 지역구였던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읍 일대에 339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명 씨가 창원산단 대상지 선정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여러번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 이번에 공개된 통화로 명 씨의 ‘윗선’이 김 여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김태열 씨는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 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명 씨는 이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을 안내한 바 없고,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통화 녹음 공개로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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