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급변하는 기후변화 심각한 식량 위기, 농림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봄에는 사과값이 급등하더니 가을이 오니 배춧값이 난리다. ‘금(金) 사과’와 ‘금 배추’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폭염이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지속하자 각종 농산물의 생육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반복되는 농산물 공급 불안정 및 가격 급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안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은 해외농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는 밀, 콩, 옥수수 등 곡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과, 고랭지 배추 등 이상 고온에 따라 재배 적지가 달라지고 있는 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해외농업 개발은 ‘산림 자원 개발 협력법’에 따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농사를 지어 농업 자원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밀은 국내보다 미국, 우크라이나 등에서 더 활발하게 재배되니 그곳에서 우리 기업이 밀을 기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정부의 대안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급변하는 기후위기 속에서는 가당치 않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우리나라만 기후가 변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기후위기인 현재 상황에는 걸맞지 않은 발상이다.


올여름 이상기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어 더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시금치·배추 등 일부 품목은 품질 저하와 생산량 급감으로 농민들은 팔 게 없고 소비자는 가격 급등으로 사 먹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생육 부진과 품질 저하, 생산량 감소 등을 겪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가을 추수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기승인 벼멸구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어 올 쌀생산에 빨간불이 켜진 상대다. 이는 고온다습한 기후가 연일 지속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벼멸구는 벼 줄기를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해충 중 하나로, 대게 장마 기간인 6월 말부터 7월 사이 기류를 타고 해외에서 국내로 날아와 볏대 하부에 서식하다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기후변화는 논농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가들은 과일에도 스펀지화와 갈변 현상을 겪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나 뾰족한 예방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폭염·열대야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사과와 배의 생산지인 대구·경북 6∼8월의 평균기온은 25.6℃에 달해 평년 23.6℃보다 2℃ 높고 1973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이상기후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결과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 보니 농민들은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농가마다 경험이 달라서 되레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의 주요 과일·채소 산지들은 가뭄과 야간에 기온 저하 시 물 주기와 피복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상 조건과 농작물 생육 관계를 분석하는 정밀농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뉴멕시코주와 워싱턴주 농림부, 연방 농무부 농업연구청, 유타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꿀벌의 종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개체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꿀벌의 개체 수 감소는 식량 위기와 안보, 생태계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커피 원두 역시 외식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8월 2일부터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의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씩 인상했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더벤티, 더리터 등 저가형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도 가격을 인상했다.


한편 호주 기후학회는 2050년까지 커피 재배지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고, 미국 국립과학원에서도 지금보다 평균 지표면 온도가 2℃ 이상 올라갈 때 2050년까지 중남미 커피 생산량은 최대 88%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변화하는 기후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심상치가 않다. 장대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지역이 있는 반면, 단시간에 쏟아진 극심한 호우로 침수 손해를 입는 지역이 공존한다. 이렇듯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가 피부로 와닿으며 날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더욱 빈번하게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생산량 감소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발간한 ‘2024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022년 12개국 5700만 명, 지난해 18개국 7700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에 시달렸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먹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시점의 한국에서 식량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빨리 대책을 세워 실행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은 심각한 식량 위기 국가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해마다 더 해지고 있어 우리 농업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여름 고온과 장마 등에 취약한 품목이 많아 이상기후 대비 농업 연구가 절실하다지만 최근 5년간 농림부의 농작물 기후변화 관련 연구용역은 올해 초 발주한 5900만 원 사업인 ‘농식품 분야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방안 연구’ 용역 단 1건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농업 생산량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와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식량안보와 국익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열대성 농산물 주산지 변화에 맞춰 이에 맞는 품종 개발과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 시스템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