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정홍균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식을 치른 뒤 6시간 만에 전체회의를 소집해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전임 이동관·김홍일 위원장에 이어 이진숙 위원장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 추천 몫 상임위원만으로 ‘2인 방통위 의결’을 밀어붙이면서 정권발 ‘방송 장악’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31일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방송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에 관한 건 심의·의결’ 등 네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 둘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치른 것이 오전 11시였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 공공성을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일사천리로 회의 소집과 안건 의결까지 마쳤다.
방통위는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3조)에 따라 안건 상정 이틀 전에 이를 각 위원에게 통지해야 하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 소집 직전 1시간도 남겨두지 않고 누리집에 의사일정을 공지했다. 이후 2명이서 부위원장(김 위원)을 호선하고 현 방문진 이사들이 낸 이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각하한 뒤,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선정과 추천·임명 안건을 연이어 해치웠다.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방통위는 여권 몫 이사만 의결했다. 방문진은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티브이(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전 울산문화방송 사장, 이우용 전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 임무영 변호사,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이 임명됐고, 한국방송 이사회는 권순범 현 이사, 서기석 현 이사장,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등 7명이 추천됐다. 한국방송 이사는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인 의결’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즉시 이 위원장 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탄핵소추 뒤 자진 사퇴한 전임자들과 달리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역시 성명을 내어 “총책 윤석열, 행동대장 이진숙이 단 몇시간 만에 밀어붙인 엠비시 장악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의기억연대,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등 언론·시민 단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위원장 임명을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반인권적, 친일 편향적 역사관을 가진 이 위원장은 어떤 공적인 자리에도 있어선 안 될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대전문화방송(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대전 관할 경찰서에 이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3개 단체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이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