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화 논란’ 라인 사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

 

전남투데이 조은별 기자 |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 야후 사태가 경영권을 둘러싼 한·일전으로 비화했다. 정부가 ‘라인 야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부당한 조치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본 정부가 개인 정보 해킹 사건을 빌미로 지난 3월 라인 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을 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어야 했지만 이를 방치하다가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 야후의 경영권이 결국 일본 기업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결국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이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는 지난 9일 “라인 야후 자본 변경안을 두고 네이버와 논의 중”이라며 네이버의 A 지주회사 지분 일부를 7월 초까지 사들이겠다고 했다. 네이버와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일본 소프트뱅크와 라인 야후는 일본 정부 행정지도를 지렛대 삼아 네이버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라인 야후의 전략적 동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이용자 정보 51만여 건이 유출된 사건부터다.


일본 정부에 채널이 없는 네이버로선 대응이 버거운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소프트뱅크와 라인 야후 측은 네이버 지분 인수 협상을 공식화하고, 라인 야후 이사회에서 네이버 출신 한국인 이사를 해임하는 등 ‘네이버 밀어내기’ 전략을 차곡차곡 실행해가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듯 라인 야후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고, 지난 8일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의 사내이사 퇴임을 의결했다. 네이버도 지난 10일 지분 매각 가능성을 인정했다. 각본을 짠 듯한 일련의 과정에 일본의 ‘라인 강탈’이라는 격앙된 국내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의혹은 한·일 양국 정부가 적절치 않은 처신과 대응에 기인한 바가 적잖다.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원칙이나 외교적 관계에 비춰봤을 때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 총무성은 법률도 아닌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한 자본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정부가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 ‘네이버 몰아내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자초한 부분이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매입하면 라인 야후 경영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 개입으로 시장 원칙에 반해 경영권이 변경될 상황에 부닥쳤다.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서 한 몸처럼 움직인 데 반해 우리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변변한 소통 채널조차 가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네이버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다 인제 와서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 5일 라인 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며 표면화됐다. 지난해 11월 라인 야후가 사용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51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을 문제 삼았다. 네이버가 보안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일본 정부는 4월 16일 2차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우호국 간에 지켜야 할 선도 있는 것이 아닌가. 라인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더 문제였다. 정부는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 만에야 일본 정부에 형식에 지나지 않은 유감을 표명만 했을 뿐. 그동안 일본에 항의는커녕 심지어 한국 언론의 오해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기까지도 했다. 


한국 정부는 개별 기업 영업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신밀월’ 흐름 속 한·일 관계를 의식해 미온적 대처로 실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의 조치가 한·일투자협정의 공정·공평 대우 규정 위반인지 검토하고 협의 요구권 행사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본 ‘저자세 외교’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대법원판결, 피해자 의사, 국민감정을 거슬러 졸속 매듭짓고 한·일 관계 개선에 매달릴 때부터 시작이지 않았나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아니라 원자력 업계 이익 관점에서 일본의 조치를 두둔했고, 최근엔 독도 영토 관념이 해이해진 모습마저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의 과거사 질문에 “인내하며 가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인가. 역사와 인권도 아니고, 생명과 안전도 아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재산권과 법치도 아니라면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는 라인 야후는 일본뿐만이 아닌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는 메신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본의 라인 강탈”,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 주도”, “미래자산을 통으로 뺏기는 것” 등 라인 매각에 반대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빌미 삼아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라인 야후의 일본 강탈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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