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 속 의대 정원 확대해야… 의협 반대 할 명분 없다

의사 부족으로 필수의료 인프라 무너지고 응급실 뺑뺑이 속출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실도 정원 확대가 윤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임기 내 추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정원이 19년 만에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구 6708만 명인 영국은 2020년 8639명의 의대생을 뽑았고 인구 8317만 명인 독일도 같은 해 9458명의 의대생을 선발했다. 


의대생 수가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독일(4.5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의사 부족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의대 정원확충을 전 정부들도 고민해 왔지만, 의협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어왔다.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이미 붕괴하고 만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우리 국민의 생명과 삶에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붕괴가 심각한데 지방에서는 아예 병원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응급실·외과·소아청소년과, 지방 의료 등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인프라는 붕괴되어 버렸다.


응급 환자가 이송 병원을 정하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일상이 돼버렸다.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부모들이 병원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오픈런이 흔한 풍경이 됐다. 문제는 의사 단체들의 고질적인 반대다. 


문재인 정부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발과 코로나 19 여파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극단적 결정을 하면 대응도 극단적일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필수·응급의료를 꺼리는 대신 대도시 인기 진료과로 쏠리는 현상은 의대 증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로 갈수록 의료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2035년에는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나 어떠한 이유로도 죽어 나가는 환자 앞에서는 더는 명분이 없다. 어떤 이유를 들어 반대하더라도 국민 눈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의료시스템 붕괴사태를 더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협도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의대 증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특정 필수 과를 꺼리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문제부터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의 진료비 인상과 응급수술의 법적 부담을 덜어 주는 등 실질적 정책이 촘촘히 뒷 받침돼야 한다. 획기적 개선책이 이어져야 늘어나는 졸업생을 필수 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중장기적 의료 체계 개선책과 아울러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은 더 심각해질 ‘의대 블랙홀’이다. 증원 방침이 확정되자마자 안 그래도 심각한 의대 쏠림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것이다.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의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수도권 대학에서 교육받은 수도권 출신 의료인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속출해 지역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대 병원의 경우에는 지방대 출신 의료인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병원 인력 수급조차 차질을 빚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확대하고,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성과보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 진료비 개선 등 의사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왔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현 시스템으로는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막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은 파업 등 강력한 진입 장벽 쌓기로 맞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에 묶여왔다.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은 누구보다 현장 의사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3억~4억 원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의료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의사 수입은 OECD 최상위권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국민 의료 수요도 충족시키고 의사들 삶의 질도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의료 공백을 안정화하려면 더는 의협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아야 않아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국민의 생명을 살린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대승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더 이상의 의대 정원반대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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