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의사

AI는 의사가 하는 수많은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하다

신기술이 기존의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ATM 기기가 은행의 출납계원 수를 줄인 것처럼, 기술이 인간의 일을 적절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을 때 해당 직업은 빠르게 사라지곤 한다.


핵심은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 인간은 인간과 동물의 육체적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원을 발명했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할지 모르는 AI 기술의 세상을 살고 있다.


최신 AI는 기술의 꾸준한 발전과 딥러닝이라는 더 고도화된 방법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이들은 인류의 삶을 바꿀 가장 확실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AI가 인간의 일을 상당수 대체하리라는 우려는 더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높은 수준의 인간 지성이 필요한 직업에서 더 두드러진다. 


美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의 의사 다니엘라 라마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의사들이 이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칼럼에서 “우리는 의학의 새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때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료 기록을 작성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며 진단을 내리는 새로운 세상. 그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시스템이 발전하고 진료 과정에 통합되면 우리는 아주 복잡한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전문성은 어디에 필요한 것인가? 진단에 이르는 사고 과정을 ‘부조종사’인 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다면, 의사와 환자에게 의료 행위란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라며 의료 환경에 대한 변환점을 예시한다.  


의학계는 획기적인 혁신이 곧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분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의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의사들은 여전히 다른 병원과 정보를 주고받을 때 팩스를 사용한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물론 어떤 기술이든 검증을 거쳐야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어떤 교과서보다 많은 것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진단의’라는 낭만적인 이상을 여전히 가슴 한쪽에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컴퓨터 진단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다. 의사들은 수십 년간 의사처럼 ‘생각’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자 시도해 왔다. 


메이요 클리닉 심장학과 AI 공동소장인 프란시스코 로페즈-히메네스 박사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심전도 판독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컴퓨터는 심장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더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고 이는 추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걸러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지어 기계가 실제 나이가 아닌 ‘생물학적 나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전도의 패턴만으로 기계는 환자의 노화에 대해서 임상의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환자의 목소리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AI에 대한 연구도 이미 진행 중이다. AI를 마약 중독 치료에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 


AI의 능력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로드먼 박사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이런 기술을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익히게 될 세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결국 AI가 제공하는 진단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더 나은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사고 과정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자문할 전문가가 부족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AI는 모두의 근무 환경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정보의 원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결정을 위해 알맞은 정보를 찾아 모으고, 소통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AI는 그 과정의 일부가 되고,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만, 병상 옆에서 환자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그들을 이해하는 의사를 결코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진단은 의사가 하는 수많은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하다. 환자를 직접 대하고 대화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이나 수술과 같은 직접적인 치료 행위도 의사의 일이다. 또 AI 기술이 진단 하나에 대해서라도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정확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즉, AI 기술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의사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이 기술을 잘 다루는 특정 의사들의 능률을 높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용: NewsPeppermint 
There’s One Hard Question My Fellow Doctors...
By Dr. Daniela J. Lamas
조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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