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 “국가는 뭘 했나, 답하라”

유족들 “정부 총체적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 살인”
윤 대통령 진심 어린 사과·유족과 생존자 소통 공간 등 6가지 공식 요구

 

전남투데이 김용희 기자 |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에 가슴 치며 통곡해보지만 눈물 채운 가슴에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득하구나. 네가 태어나 아빠 가슴에 처음 안겼을 때 따스했는데 재가 되어 따뜻해진 너를 가슴에 안고, 너를 보내러 가는 버스 안에서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게 얼마나 후회됐는지.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모두 버리고 힘내서 잘 가거라. 우리 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한다”

 

이태원 참사로 스물다섯 딸 이상은씨를 잃은 아버지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2일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사망일시 추정, 사인 미상’이라고 적힌 아들의 사망 진단서를 들어 보이며 “아들이 죽은 원인을 이제는 알아야겠다”며 흐느꼈다.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우리 딸을 대신해 절규해 본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이제 국가가 답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30여명이 참석해 참사 이후의 심경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 꺼냈다.

 

묵념이 시작되자마자 가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저희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자식들 제발 좀 살려서 돌려보내 주세요”라며 절규하는 한 아버지의 울부짖음은 옆에 선 다른 유족들도 울렸다.

 

공식적으로 첫 목소리를 낸 유족들의 메시지엔 가족을 떠나보낸 그리움이 가득했다. 희생자 고 이남훈(29)씨의 어머니는 ‘사망일시 추정, 사인 미상’이라고 적힌 아들의 사망 진단서를 들어 보이며 “아들이 죽은 원인을 이제는 알아야겠다”며 “아직도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들 핸드폰은 꺼졌는데 새벽 5시30분 어김없이 출근 알람이 울리더군요…”라며 흐르는 눈물을 참고 말했다.

 

고 이민아(25)씨의 아버지 이종관씨는 “참사 이후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유족들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다. 사고 발생 경과 내용, 수습 진행 상황, 피해자의 기본 권리 안내 등 기본적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참사와 관련해 가장 공감하고 서로 위안받을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유가족”이라며 “장례비·위로금은 그렇게 빨리 지급하면서,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한 유족이 모일 공간은 참사 24일이 넘도록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또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로 갑론을박하게 만든 것도 결국 유족이 만나는 공간을 (정부가)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이날 참사 희생자 34명의 유족은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성명에서 “정부는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지방자치단체·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는 시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한 유족들은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부실 대응 책임자 조사와 문책, 진상·책임 규명 과정에 피해자 동참, 유족 및 생존자 간 소통 기회 마련, 희생자 추모시설 마련, 참사의 정부 책임 공식 발표 등 6가지를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슬픔에 빠져 있던 유족들이 참사 24일 만에 나섰다. 이젠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때다. 그런데 정부는 진정한 추도보다 희생자들의 배·보상을 앞서 거론하고 있다. 유족들은 돈이 아니라 참사의 진상 및 책임을 규명하는 주체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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