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이태원의 목소리 정부 소극 대응에 위축된 유족…

“정부가 추모·애도 분위기 막는다” 지적 속
“유족 목소리 전달할 사회적 통로 필요”

 

 

전남투데이 박강호 기자 |  과거 대형 참사 때와 확연히 다른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계속되자, 민간 법률단체 등을 중심으로 유족과의 개별 접촉면을 넓혀가며 희생자 추모와 법률 지원, 정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모아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응은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지하철 방화(2003년), 세월호 침몰(2014년) 등 사회적 재난에 적극 대처했던 과거 정부와 차이가 크다. 


과거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부상자 명단을 취합한 뒤 유족 의견을 청취해 책임 문제와 배·보상, 추모 방식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 명단이 자연스럽게 공개되며 사회적 추모 분위기와 연결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서는 희생자·부상자 명단 등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범사회적 추모·애도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오히려 희생자 및 부상자 관련 비공개 정보를 모두 갖고 있는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달리 동일지역, 동일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희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족 구심점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유족을 하나로 모아내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성욱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15일 “세월호 참사는 ‘단원고’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이태원 참사는 그렇지 않다. 다만 정부 잘못이 상당부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유족을 모아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다만 이들의 동의 없는 일방적 명단 공개는 오히려 유족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한 유족은 “일방적 명단 공개 이후 세월호 때처럼 유가족들에게 ‘자식을 판다’ 등의 말이 나와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될까봐 두렵다.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과한 후에야 명단 공개를 통한 추모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티에프(TF)’는 15일 저녁 일부 유가족과 비공개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날 참사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 법률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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