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생의 최고의 선물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는데 TV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가사와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다. 


작고하신 부친이 여러 해 전, 큰댁에서 조부모님 추도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노래를 절절하게 읊조리셨던 모습이 떠올랐다. 


집안에 흐르고 있는 <비 내리는 고모령>은 이미 필자의 마음에 가득 차 있었고 눈물이 고였다. 애절한 가사와 호소력 있는 이 사모곡은 대한민국의 모든 자식들에게 눈물로 위안을 주는 명곡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는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부분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의에 동의하고 만족스러워 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은 ‘무엇 무엇이다’ 라고 결론짓는 것, 그 건 하등 쓸모없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수학공식이나 단순 기호로 정의되거나 형상화된 사물이 아니다. 


음악을 뜻하는 용어 Music은 라틴어 무지카(Musica)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지카(Musica)는 그리스어 무지케(Mousike)로부터 온 것인데, 고대 그리스에서 무사이(Mousai)에 의해 인도된 인간의 모든 영역을 뜻한다. 음악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 역할의 도구이자 신들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음악은 인간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동·식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의미체(意味體)이며 인간 삶의 일부분이다. 음악은 뜨개질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학습을 통하거나 여가활동으로 채득(採得)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우리 몸과 정신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COVID-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아파트 베란다나 광장을 무대삼아 서로를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고, 관객 없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감동을 전했던 음악가들의 공연은 모두에게 위안이 되었다. 


또 암 투병을 하다가 COVID-19로 인해 격리된 할머니를 위해 병실 아래 거리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날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할아버지의 세레나데는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47년이란 시간을 같이한 부부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손 키스를 날리며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은 아직도 뭉클한 감동으로 남는다.


그뿐이랴, 음악은 역사의 고비마다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나갔다. 근대 이후 일제 강점기 때는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라고 노래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랬고, 민족의 아픔인 한국전쟁 시는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등의 노래로 모든 이가 함께 애달파했다. 


또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험난한 재건기를 거쳤고, 이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시기에는 <아침이슬>을 목이 터져라 불렀었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엄중한 안보상황 속에서도 음악이라는 요소는 갈등을 완화시키고 서로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였다. 


음악은 매순간 우리를 하나로 묶어낸다. 


넓디넓은 세상, 각자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더라도 TV이나 인터넷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나 음악은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을 동시에 흔들어 놓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전 세계인들은 같은 음악을 듣고 그 멜로디에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는 것이다.


음악은 모든 애경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절대 필수품이다. 장엄한 국가 행사를 비롯한 개인사의 중요한 순간과 장례 의식까지 음악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사람들은 그 음악에 반응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하고, 눈물 흘리면서 마음을 다잡고,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증강실감기술(VR/AR) 등 여러 과학 기술이 세상을 종횡무진하고, 물질적인 풍요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그냥 인간일 뿐이다. 


생로병사와 삶의 고통에 떠는 인간. 결국 우리는 <여자의 일생>과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노래하며, 위로하고 위로받게 되는 것이다.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알람 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아침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음악은 우리와 늘 함께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음악은 방탄소년단(BTS), 이날치, 블랙핑크 등이 K-POP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한류 열풍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감성이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잘살려, 우리의 음악이 단순 감각적 자극이 아니라 더욱 질적으로 잘 다듬어져서 백년, 이백년 뒤에도 세계인의 감성을 두드리는 훌륭한 예술로 자리하길 희망한다. 


세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음악, 음악은 여러 문화를 통합하고 지구촌 모두를 연결하는 핵심 키워드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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