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싶은…

 

지금은 문화 가치가 도시산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트랜드(trend)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과 예술이 바탕을 이루고 그것의 기본 구성요소는 바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문화와 예술이 도시산업의 중요 가치이며 동시에 공간을 중심으로 한 사람의 실천적 철학이 담겨야 됨을 의미한다.

 

광주는 역사적으로 문화와 예술의 혼이 깃든 도시이며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긍지 또한 대단하다. 그리하여 광주를 애향의 도시라 칭하며, 광주는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한다. 그 일환으로 2003년 7월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문화중심도시 광주조성기본계획에 의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전당)건립이 추진되었다. 이곳은 5‧18 민주항쟁의 역사적 정신이 깃들어 있는 옛 전남도청 건물과 그 일대를 정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담아 2015년 11월에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문화복합 콘텐츠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전당을 지하에 건립하여 무덤으로 내려가는 느낌을 주는 망측한 곳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지역 예술인들마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전당에 호의적이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에게 전당은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용어로 ‘최애’ 장소이다. 꼭 공연이 없더라도 라이브러리(library)를 방문하면 여러 편의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먼저 한 여름 더위에 숨이 턱에 찰 때도 이곳은 천국이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누구의 간섭 없이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고, 수백 권의 장서도 관심사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전시회와 새로운 콘텐츠도 접할 수 있으며, 도서관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기획프로그램 등은 무료 이용이 가능하고 또 한쪽에는 어린이문화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도 있고 뛰어 놀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은 1년 내내 다양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들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조경이 잘 되어있으며 접근성 또한 훌륭하다. 아시아문화광장, 하늘마당 등 야외공간과 지상정원도 잘 갖추고 있어 도심 휴식 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전당이 건립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감에도 아직까지 한 번도 방문을 안 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무려 30%나 된다고 한다. 물론 홍보를 비롯한 운영 전반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먼저 돌아 봤으면 한다. 전당은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문화복합 콘텐츠 공간이다. 어느 몇몇 특정인들을 위한 공간도 아니며,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곳도 아니다. 우리 시민들의 것이다. 전당이 광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첫째, 전당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이 필요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전당은 지역을 넘어 아시아 문화에 대한 교류와 교육, 연구 등을 통해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전초 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시민 스스로가 관심을 갖고 내용을 살피고 필요 부분에 대한 요구와 주문을 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새로운 비전과 아젠다(agenda)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가치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결국 사람, 사람이 예술이라는 기본 철학에 전당의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 문화상품의 가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 감동이 있어야 하며 그 감동으로 광주만의 상품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소양과 수준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어느 한곳이 부족하거나 생략되면 온전한 전체가 될 수 없다. 시민 한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응원은 우리 광주를 아시아 제일의 문화 도시로 만들어 낼 것이다. 전당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는 전당을 지구촌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 것이며, 경제적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문화적 긍정 평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또한 전당 활용 측면과 광주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것이고 21세기 아시아문화 발전을 선도할 관광 중심 도시로서의 중요한 거점으로 위상을 달리할 것이다. 문화 선진국들은 이러한 문화자산을 충분히 활용해 문화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향유하며 건강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시인은 노래한다.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나에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그런 곳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전당을 찾아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생을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한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곳이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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