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기자의 날 기념식이 20일 한국 기자협회 주관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 기자협회 소속 80년 선배해직 기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직 언론인 협의회 공동대표이신 유 숙열 대표님의 후배 기자들에게라는 연설 전문이 가슴에 와 닿아 올려본다.
[연설 전문]
오늘도 취재현장을 누비고 있는 후배 기자 여러분, 올해 기자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날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해 7월 1980년 언론투쟁이 광주항쟁의 일부로 포함된 특별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언론투쟁을 광주항쟁과 분리시키기 위해 벌인 공작정치가 41년만에 깨진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980년 5월 광주에서 피의 항쟁이 벌어지는 동안 전국 언론사기자들은 신군부의 광주 학살에 항거해 검열, 제작거부 투쟁을 벌였습니다. 1980년 언론투쟁은 지난 40여년동안 신군부 잔당과 그 동조세력에 의해 광주항쟁과 분리되었지만 마침내 진실이 바로잡히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광주항쟁과 관련한 역사가 바로 잡혔고, 언론역사 또한 올바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시행일자가 잘못 기재되어 아직도 법집행이 안된 상태이고 관련 개정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1980년 5.18 당시 기자들은 시위에 나선 광주시민들을 폭도라고 쓸 수 없어서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검열거부 및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000명이 넘는 기자들이 그로 인해 강제해직을 당하고 일터에서 쫓겨났을 뿐만 아니라 타언론기관에 취업이 금지돼 암흑같은 세월을 살아야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12.12사태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세력은 1980년초에 보안사 정보처에 언론반(이상재)을 신설하고 권력장악에 필수적인 언론통제를 위해 언론사를 통폐합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의 언론기관 중 신문사 11곳, 방송사 27곳, 통신사 6곳 등 총 42개의 언론매체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172종의 정기간행물이 등록을 취소당했습니다.
저는 당시 기자협회장이었던 김태홍선배를 숨겨준 혐의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잡혀가 그 유명한 이근안한테 물고문도 당하고 용산경찰서, 서대문구치소를 거친후 한달만에 풀려나오니 직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나 저는 광주 5.18로 인해 내가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엄중한 시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은신처를 구하는 김태홍선배의 연락을 받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꺼이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날 기자로 일하고 있는 후배기자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일을 할까요? 한국기자협회와 여기자협회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역기자 10명중 8명이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과정은 물론 보도후 이메일이나 댓글 등으로 조롱이나 모욕을 당하기 예사입니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게되면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들을 저도 많이 봤습니다. 기자들을 ‘기레기’라 칭하며 조롱하고 비난하는 댓글이 주루룩 달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마치 저자신이 비난을 받는 듯이 가슴에 무언가 치밀어오르며 먹먹해집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기자들이 이렇게 ‘기레기’로 전락했을까요?
하지만 기자들이 비난받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과거 5.18때도 광주에서 한 방송사가 불타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신군부 집권후엔 땡전뉴스라는 것도 있었지요.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다시는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이 오늘날 언론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기자들을 ‘기레기’로 몰아갔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불리는데 대하여 언론인들 자신의 책임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언론환경은 이전 독재시절에 비해 많이 나아졌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권력대신에 자본의 횡포가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달라진 상황에서 후배기자들이 더욱 진솔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언론의 소명을 실천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오늘 5월 20일 기자의 날에 ‘기자의 혼’상을 수상하신 당시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이었던 노향기선배님께 뜨거운 축하를 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기자의 혼’상이 후배기자들이 수상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