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김보성 기자 | 대기업과 거래한 중소기업 5곳 중 1곳은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갑질’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거래상 약자인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산자위 간사, 목포시)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3년간 대기업과 거래한 경험이 있는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상 기업의 20.4%(102곳)가 대기업에 제품을 판매할 때 불공정행위를 겪었다고 답했다.
세부유형을 묻는 질문에 68.6%(70곳)가 일명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불리는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감액이라고 답했다. 이어 부당한 계약 취소 및 변경이 25.5%(26곳), 부당 반품 23.5%(24곳), 대금 미지급·지연 지급 21.6%(22곳) 순이었다.
공정위의 제재와 중기부의 조정 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불공정 판매거래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묻는 문항에는 무대응 및 수용이 55.9%(57곳)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협의를 통한 조정은 49%(30곳)를 차지했다.
한편, 응답기업 500곳 중 최근 3년 내 대기업에서 원부자재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275군데였으며, 이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18.9%(52곳)로 나타났다. 구매거래에서도 부당한 공급단가 결정·인상을 겪었다는 응답이 69.2%(36곳)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즉,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제품을 판매할 때와 구매할 때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각각 20% 수준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의 원인을 묻는 항목에 59%(295곳)가 ‘대기업의 상생노력 부족 및 무분별한 이익 추구’를 꼽았고, 대상 기업의 16%(80곳)는 ‘불공정거래 처벌이 약해서’, 14.8%(74곳)는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낮아서’라고 응답했다.
불공정행위 근절 관련 주무부처 중기부의 역할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또는 다소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32.8%(164곳)를 차지해 ‘적절하다’는 응답 13%(65곳)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과제를 묻는 항목에 66.2%(331곳)는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 등 납품단가 제값 받기 환경 조성’을 꼽았고, 이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및 투자강화’ 43.4%(217곳),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 대책 마련’ 42.4%(212곳) 순으로 나타났다.
김원이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중기부의 역할은 부적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과 거래시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중기협동조합에 계약조건 관련 협의요청권을 부여하는 등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입법 대책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설문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전국 중소제조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9월 23일~27일까지 이메일과 전화를 병행하여 진행했으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4.3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