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위기와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작은도서관, 서정록 작가 초청
23~24일 오전 10시… 수강생 15명 내외 선착순 모집

 

전남투데이 김희경 기자 | 생태 위기가 날로 심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상이 뒤숭숭한 가운데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과 함께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강좌가 열린다.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황풍년)은 오는 23~2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문화예술작은도서관(빛고을아트스페이스 2층)에서 인문학 강좌로 서정록 작가의 ‘지구 생태위기와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을 진행한다.

 

이번 강의는 20여 년 동안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과 그들의 문화에 대해 공부해온 서정록의 인디언 영성 강좌이다. 서정록은 서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으며, 2001년 동북아의 원형을 찾는 <백제금동대향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한국의 책 100권’에 뽑히기도 했다. 그 뒤로 그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영성과 문화에 깊이 천착해왔으며, ‘검은호수’라는 인디언 이름을 갖고 있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고 걷는 워킹모임인 ‘트래스워킹’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인디언 관련책으로 최근까지 <지혜는 어떻게 오는가>(이레),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열린책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한살림), <일라케시 알라킨-나는 너, 너는 나>(한살림) 등을 펴냈으며, 2016년에는 유나방송에서 <인디언들의 영성과 지혜> 시리즈를 방송했다. 그는 북미 인디언들의 영성을 공부하는 동안 고대 동북아의 문화와 영성에 대해서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영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대인들이 영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식견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 인도에서 말하는 영성이 모두 다르고,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과 제3세계 원주민들이 말하는 영성도 다르다. 제3세계 원주민들 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북미 인디언들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원형적인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영성을 찾는 많은 이들이 인디언 마을의 스승들을 찾고 있다.

 

인디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영혼을 갖고 있으며, 모든 존재는 영적으로 평등하고 대등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생명들을 사냥하거나 채취해야 하지만,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이 중단없이 계속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래야 인디언들의 삶 역시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자연생태계의 보존과 생명의 유지, 지속성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구대륙의 사람들은 인간과 자기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중보다는 지금 당장 더 많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생명에 대해서도 ‘나와 다른 사람’, ‘나와 자연’, ‘나와 동식물’을 구별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나와 타자를 나누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낳았으며, 오늘날 지구의 생태위기나 전쟁 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3일 1강에서는 북미 인디언들의 생명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하여, 그들이 말하는 ‘영성’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모든 것들 즉, 해와 달, 별, 바람, 구름, 비, 강, 천둥, 바위, 그리고 동식물을 ‘사람(persons)’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들을 부르거나 호칭할 때도 영어의 3인칭 ‘it’가 아니라 ‘he/she’로 칭한다. 그래서 백인들이 “저 장미를 봐. 그 꽃이 참 아름답다”고 하면 인디언들은 깜짝 놀란다. ‘살아있는 장미’를 그(it)로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경우 그들은 ‘그/그녀’로 칭한다. 다른 생명들을 그나 그녀의 대명사로 부르는 것과 ‘그것’을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은 무의식 중에 살아있는 생명들을 ‘그것(it)’으로 부르거나 호칭하는 말실수를 많이 한다.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이 보편화되다 보니 사람들은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들에 대해 자신이 언제든지 취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와 똑같이 살아있고, 숨을 쉬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그들에게 대단히 모욕적인 언사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생명들도 우리와 똑같은 영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디언들의 입장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연의 생명을 ‘그’나 ‘그녀’로 부르기 시작할 때, 기후위기나 생태적 위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24일 2강에서는 생명을 중시하는 영성문화에서 다른 생명들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북미 인디언 사회는 ‘원(circle)’을 중시한다. 그것은 전통사회와 현대사회가 모두 ‘직사각형’의 구조를 갖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다. 원 위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그리고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모두 팔을 벌려 어깨동무하는 형태가 된다. 그러나 직사각형 구조에서는 극장 형태의 무대가 만들어지고, 말하는 사람과 청중이 분리된다. 자연히 어깨동무도 없다. 모두가 사각형 안에 갇혀있는 형태가 된다.

 

이런 사각형적 사고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와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디언들처럼 ‘원’의 사고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와 함께 다른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 ‘듣기, 또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남을 판단하지 않기’ 등을 말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생명을 생명으로 마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수강인원은 15명 내외이며, 지역주민(성인) 누구나 신청 및 참여가 가능하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신청 희망자는 11월 24일까지 선착순으로 방문접수(광주광역시 남구 천변좌로338번길 7, 문화예술작은도서관) 또는 전화접수(062-670-7968)로 하면 된다.

 

한편 광주문화예술 작은도서관 하반기 강좌는 오는 30일 ▲기획프로그램 ‘노자에게 배우는 역설의 진리(양회석 교수)’가 마지막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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