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퍼펙트스톰 美·中… 패권경쟁에 새우등 터지는 꼴

美 제재 아랑곳 않는 中 반도체 굴기…韓 반도체 우려는 ‘지속’

 

전남투데이 김우정 기자 |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을 대상으로 연일 반도체 규제를 더하지만 중국은 보란 듯 자국 반도체 지원 정책을 확대하며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패권 경쟁이 반도체 산업에서 이어지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늘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1년 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허용하면서, 두 회사는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양국의 패권경쟁에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1년간은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장비를 수급할 수 있어 중국 내 생산에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0%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매서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까지 견제에 나서면서 설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지금 ‘1위’ 자리를 차지한 한국 역시 이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K-반도체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으려고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내 생산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인 경우에는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다만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시설의 경우에는 개별 심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우 외국기업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새로운 장비를 반입할 때는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했다.

 

국내 기업들은 전면 금지까지는 아니지만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수출 과정에서 이전보다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 앞으로 첨단 공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중국 공장에 대해선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장비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사실상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 것으로 한국기업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1년이라는 기간이 유예됐기 때문에 규제가 어느 시점에 적용될지는 불투명하다. 또 한국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미국 오스틴에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충칭에 생산기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곳에만 주력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은 바이든 이전인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자존심인 화웨이의 판매 거래를 제한하며 중국과 각을 세웠다. 한국 업체들도 대형 고객사인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반도체 전략에 있어선 트럼프 정부와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기업을 불러 반도체 회의를 열며 기업 기강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도 예비 회의를 열고 출범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중국이 한국 참여와 관련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분쟁으로 화웨이 등이 제재를 받으면서 우리로선 최대 고객사를 잃었다”며 “화웨이에서 다른 고객사로 전환하는 데 수년이 걸렸는데 요즘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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