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천세두 기자 | 제주4・3평화재단의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31일 제6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자 본인의 수락을 받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탄생하여 벨라루스에서 성장한 기자 출신 작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의 붕괴 등 역사적 사건에서 취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개인, 특히 여성·아동의 고통과 생존 서사에 귀 기울이고 이를 기록·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남성 중심의 전쟁 서사에서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여성들의 고통과 생존의 증언을 상세히 담아냈다. 또 여성들의 고유한 목소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전쟁이 남성만의 경험으로 인식되던 관점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다성적(多聲的)인 작품을 써왔다’는 평가를 받아 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 소설’(novel of voices)이라는 고유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변화된 사람들의 발화를 듣고 기록하는데 헌신해 왔다.
또 전쟁이 개개인의 삶에 남긴 상흔을 르포적이고도 문학적인 글쓰기를 통해 드러내 보임으로써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구술 채록작업과 기록문학을 통해 냉전 및 소련 해체 이후 시대 전쟁과 민간인학살의 기억을 포착하고 침묵을 강요당한 자들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그의 집필활동은 인터뷰의 기록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널리 알려왔다는 점에서 구술채록을 통한 4․3진상규명에 상징적으로 연대해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묘사한 '마지막 증인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폭력적인 실상을 고발한 '아연 소년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의 매료되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등 국가적 이념과 당위에 기만당한 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밀도 있게 그려냈다.
소련 붕괴 후 정치사회적 격변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 '세컨드핸드 타임'은 체제 변화 과정에서 부서지고 균열을 일으키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 다뤘다.
이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삶을 다루는 후속세대의 구술사 작업과 문학적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20년에는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에서 당국이 ‘정권 찬탈을 도모하는 불법 단체’로 규정한 야권의 ‘조정위원회’ 임원을 맡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독재 정권부에 항의해왔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문학적 글쓰기만이 아닌 정치적·사회적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지해 오고 있으며 자신의 작업과 삶 양편 모두를 통해 평화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이러한 노력이 제주4․3이 추구해온 평화, 인권, 민주 등의 가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전쟁과 분쟁 속에서 그녀가 수행한 저술 작업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시의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4월 29일 오후 17시 매종글래드 제주 컨벤션홀에서 제6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같은 날 16시에는 수상자에 대한 합동 기자회견도 마련된다.
시상식에서는 제주4・3평화상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5만 달러(한화 약 7천3백만원)를 수여한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6회 제주4・3평화상에 선정된 수상자를 통해 제주4・3의 가치와 정신뿐만 아니라 제주4・3평화상의 의미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4・3평화상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평화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