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명 몰린 참사현장 경찰 137명 뿐… 보행 통제도 안 해

일본 핼러윈 경찰에 민간 경비인력까지 동원하며 안전 작전

 

 

전남투데이 박수경 기자 | 서울 이태원에는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맞아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인데 경찰 등 당국의 대비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13만 131명(승차 4만8558명, 하차 8만1573명)이었다. 3년 전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2019년 10월26일·9만6463명)보다 약 3만4000명 많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이태원을 찾은 인원까지 더하면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29일 137명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지만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주로 이태원로의 교통 관리에 투입됐을 뿐 이태원 골목 안쪽의 인파에 대한 안전 대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행자 통행 방향을 정하거나 진입 인원수를 조절하지 않았고, 2017년 등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구는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대규모 인파 통제 계획 등은 없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시간 일본은 시부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장한 젊은이들로 붐볐다. 일본 경찰은 시부야의 명소인 대형 교차로에서는 황색 테이프를 들고 일렬로 서서 인파가 차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유도했다.

 

경찰은 차량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앞사람을 밀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계도했다. 경찰차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혼잡에 따른 사고 방지에 협력해달라’는 등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한 남녀가 도로에서 기념촬영을 해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하자 경찰이 달려가 계속 걸어갈 것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좁은 뒷골목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중점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파가 늘어날 경우 주변 차도를 개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일본에서는 2001년 7월 효고(兵庫) 현아카시(明石)시에서 이태원 참사처럼 불꽃놀이를 보려는 인파가 인도교에 몰리면서 11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다쳤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2005년 관련 법령에 ‘혼잡 경비’라는 조항을 만들었다.

 

일본 당국은 핼러윈데이처럼 인파가 대거 몰릴 것으로 우려되는 행사에는 경찰의 강도 높은 경비 작전과 지방자치단체의 계도 활동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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