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법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방적 ‘퍼주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미 반도체법의 세부 사항 중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보유한 반도체 팹의 향후 운명에 대한 조항이다. 팹의 현황과 앞으로의 변화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 전환기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고민해야 하는 변환 전략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설계하고 상황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놓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경제 이슈와 관련해선 단연 ‘반도체’가 관심사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질서가 대전환을 맞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이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함께 농촌경제연구원 (KREI 이하 크레이)이 지난해 10월 1일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총생산량과 10a(300평)당 생산량, 벼 재배면적에 대한 과도하고 상식 이상의 수치를 적용한 결과가 만들어낸 억지 추정임이 드러났다. KREI는 2022년 10월 1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양곡관리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쌀의 과잉 생산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증가하며 타작물 재배 전환정책에 대한 농가의 참여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을 취하지 않으려는 입장이 연구에 반영되어, 있지도 않은 추정으로 거짓 여론을 조성하여 사실을 호도하기 위한 의도적 통계 왜곡이다. 관련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첫째, 쌀 총생산량 감소 추이는 최근 20년 추이에 비해 1.66%, 최근 10년에 비해 1.90% 정도 과소 평가함으로써, 총생산량 과잉으로 통계를 조작하였다. 변동직불제 목표가격이 214,400원이었을 때에도 생산량이 감소하였는데, KREI 예측은 2023년이후 지속
구급차를 타고도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연간 8천여 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은 의료인력 부족과 병상 부족으로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이송시간도 마찬가지로 편차가 심각하다. 질병 관리청의 중증외상 및 다수사상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중증외상환자의 이송에 든 시간은 전국 평균 32분인데 지난해 재이송 원인의 30.3%가 전문의 부재였고, 이어 병상 부족이 16.6%를 차지했다. 환자 이송시간이 길어질수록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 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환자 재이송 과정 중 심정지에 이른 사례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41건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응급 의료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10대 청소년이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와 발목을 심하게 다쳐 119 구급대가 출동했다. 하지
우리 삶은 허구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들은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 경제, 국가와 같은 구체적인 문화와 제도까지도 지어진 이야기라 표현한다. 물론 신화나 설화같은 이 이야기들은 비록 허구지만, 우리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이야기가 가진 상호 주관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허구들은 실제 이를 현실로 오해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최초의 근대 소설로 이야기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주인공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에 탐닉한 나머지 모험을 떠나게 되며,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돌진한다. 오늘날 서부극이나 킬러 이야기, 스파이물에 빠져 이를 현실로 생각하는 이가 총기를 소유한다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소설의 세계에서는 막상 그런 이들이 일상에서 예상치 않게 발생한 사건도 별 문제없이 잘 마무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상과 현실을 뒤섞는 것은 소설의 중요한 특징이며, 이는 아마도 소설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위험일 것이다. 과학소설(SF)의 이야기들은 이 시대 가장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과학을 기
국가 수가 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조사에 제출한 사과문이 공개됐다. 지난 2018년 민족사관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는 모두 2차례 서면 사과문이 제출된것에 불과했다. 정 씨는 사과문에서 “피해자가 집에 돌아간 후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피해자를 힘들게 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는게 전문이다. 당시 학폭위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서면 사과의 양이나 필체를 보면 정성이 전혀 안 들어가 있는 듯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A4 용지 3분의 1 정도로,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 가지고 올 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처분을 내리는데, 이 처분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175건, 2021년 392건, 지난해 447건이었다. 행정소송 청구 건수 역시 2020년 5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중 일상의 비대면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을 피할 수 해주는 모든 기술과 문화가 사회적으로 장려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난 30년간 진행된 ‘오프라인 세상에서 온라인 세상으로의 이행’을 가속시켰고 배달 음식과 온라인 쇼핑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가 화면 속에서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이야기할 때도 마치 그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간의 특성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코로나19라는 특이한 사건은 전 지구적 재택근무라는 도전적이고 거대한 실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메타버스의 부상도 그 여파라 할 수 있다. 재택근무의 전격적 시행은 절대로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매일 출퇴근을 하던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을 넘어 사회적인 삶 자체를 바꾸는 변화이며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재택근무를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 특정 영역의 매우 제한된 직종이었고 팬데믹이 닥치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은 반드시 대면 업무가
20대에 아이 셋을 낳은 아빠의 병역을 면제한다? 딱 봐도 현실성 없는 이 대책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 나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 힘은 이를 전면 철회했지만, 국가 중대사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여당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개탄스럽다.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국민의 힘에서 나오는 저출산 관련 대책들에 꼭 들어맞는 속담이다. 국민의 힘이 30살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둔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논란이 일자 곧장 철회했다. 김기현 국민의 힘 대표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추진 계획이 없다고 진화했다. 집권 여당에서 이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 저출산 대책으로 논의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30살 이전에 자녀를 낳는 건 고사하고 결혼조차 하기 힘든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난, 집값 걱정 등에 결혼이 날이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상 지난해 평균 초혼 나이가 남자 33.7살, 여자 31.3살이다. 이러니 “돈 있는 사람만 군대 가지 말란 거냐”는 야유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 힘 방안에는 만 0세부터 18세까지 매달 100만
일상이 나 자신의 얄팍한 버전이 되지 않기 위한 투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첫 번째 주범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 때문에 주의 집중 시간이 자꾸 줄어들고,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유혹이 일상에 가득해졌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의 정치화다. 많은 사람처럼 나도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정치, 그러니까 뻔한 당파적 분노, 경마 관전 같은 선거 분석, 트럼프 발 오늘의 스캔들 따위에 몰입한 채 보낸다. 그래서 내가 세운 비책이 하나 있다. 바로 예술로의 도피다. 누구나 어릴 때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험담에 푹 빠져서 밥을 먹을 때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않았던 일, 어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온몸이 터질 것 같았던 기분,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서 그대로 그림 속 평행우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던 느낌. 이런 경험을 우리는 흔히 책이나 노래에 푹 빠져서 넋을 놓았다고 표현한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존재를 잊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예술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자의식 강한 자아의 입을 닫게 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예술 작품이 우리 정신의 보다 깊숙한 영역, 사람의 감정과 도덕적인 감수성이 깃든 잠재의식의 왕국, 인간
해마다 겨울철 월동에 들어간 꿀벌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는 농가에서 봉군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현 피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약 40만~50만 개 봉군이 응애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월동 피해 규모는 조사 중인 가운데 지난 동절기 월동 피해(40만 봉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 문제가 아니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꿀벌 해충 ‘응애’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농식품부는 양봉 농가에서 오랜 기간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의 방제제를 널리 사용하면서 이 성분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해 꿀벌 폐사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는 꿀벌 전염병인 꿀벌응애 감염증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응애는 꿀벌의 애벌레나 등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먹으며 산다. 물론 일부의 폐사 원인으로 응애도 지목을 받는다. 지금까지 응애 퇴치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음에도 또다시 응애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꿀벌의 폐사 원인으로 응애보다 기후 변화가 폐사의 큰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드디어 겨울이 지나갔다. 매화가 첫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노오란 산수유가 점점이 피고, 담장 너머 노랑 개나리꽃들이 아기 같은 손을 흔들며 웃는다. 곧 목련도 세상을 환히 밝히는 꽃등을 켜겠지. 봄이다, 봄! 발걸음이 왠지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에 묻어나는 향기는 지난겨울의 춥고 무거웠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 내는 듯하다. 지난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춥고 힘들었다. 끝을 알 수 없던 기나긴 COVD-19와 수시로 들려오는 불안정한 경기지표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모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천재지변. 인간의 존엄마저 의심케 하는 수많은 질곡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봄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봄은 다시 찾아왔고 우리는 희망의 기운을 느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위기 속에 새로운 희망을 그려냈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묵묵히 앞을 향해 걸었다. 역사의 선각자들은 시대정신에 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에 답해왔다. 수많은 역경에도 봄의 희망을 담아왔던 것이다. 고전주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강제징용 배상 협상’과 관련,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12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지난 7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은 대선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며 ‘김대중-오부치 정신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언급한 대선 공약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제삼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이 ‘김대중·오부치 정신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미래를 위한 결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국내 반발이 거센 데다 일본도 호응을 보이지 않자 ‘여론전’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사와 가치의 문제이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안이다. 그럴듯한 수사(修辭)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 해법에 대한 반대(59%)가 찬성(35%)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부시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총괄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강경 기조를 밀어붙이는 데 앞장섰던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지금이야말로 “신냉전이 준 기회”라며, 미국이 외부의 적에 맞서 초당적인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적을 불문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모두가 합심해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그런다고 경제가 살아나거나 나라가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전쟁 몰이에 제동을 거는 반대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논의를 거쳐 의견을 모으는 통합과 반대 의견을 묵살한 획일적인 의견 일치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다원주의 사회는 여러 가지 원칙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다. 민주주의는 그 원칙과 가치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상향식 시스템이다. 지도자의 말이 곧 법이 되는 하향식 권위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이 온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한다는 이야기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과 다르다. 퓰리처상을 받은 그렉 그렌딘의 책 “신화의 종말”에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정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