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단행한 개각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 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친정체제 구축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인사혁신처를 포함해 14개 부처의 장 차관급 인사 15명을 교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이다. 전문가들의 기용과 행정관료들의 내부 승진이 많았고,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들이 전진 배치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측근들이다. 그러나 개각이 차관급에 집중된 건 아쉽다. 장관급 교체는 2명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이번 차관 중심 개각은 책임 장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번 내각의 차관급 인사로 “차관들이 국정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발상이다.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차관들이 실세 행세를 하면 장관은 핫바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장관은 결재만 하고, 부처는 실세 차관들을 통해 하명을 실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다. 그러려면 장관을 둘 필요가 없다. 장관을 바꿀 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문제가 된 부처의 장관들을 놔두고 차관들만 바꾸는 인사로는
지난 5월, 미국 대법원은 앤디 워홀의 작품인 가수 프린스의 초상화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앤디 워홀은 20세기 중반 대중문화를 예술로 만들어 팝아트를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격상시킨 인물이다. 이번 판결은 그가 만든 가수 프린스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작품이 사진작가 골드스미스가 찍은 프린스의 사진을 이용했고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근거로, 워홀 재단이 한 잡지에 워홀의 작품 ‘오렌지 프린스’를 사용하게 하고 저작권료를 받았으며 골드스미스 역시 자신의 사진으로 저작권료를 받으려 했던 만큼 골드스미스에게 저작권료의 일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저작권의 의미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그리고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미술사학자이자 앤디 워홀 전문가인 리처드 메이어(Richard Meyer)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서 ‘공정 이용’을 근거로 이를 반박한다. ‘공정 이용’이란 우리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이나 글을 교육이나 보도의 목적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할 때처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일 때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7대 2로 워홀이 골드스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입 수산물 공포감이 퍼져 수산물 수요가 꺾여 가격이 급락하거나, 반사효과로 오염수 방류 지역과 무관한 수입제품값이 폭등해 물가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소비심리가 어떻게 변동될지 그 방향성은 결국 정부 대책에 달려있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벌써 오염수 방류에 따른 부작용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내 연안 해양의 방사능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당장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정부나 염전에서는 “소금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소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소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9.6% 늘었고, 천일염 매출은 165.7% 증가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 정부는 대응은 ‘오염은 괴담이다’라고만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2011년 원전사고가 났지만, 그 이후에도 오염은 없었다는 주장만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본 오염수 방류에 굉장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두려움
순위와 평점, 후기가 여기저기 넘치는 세상이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돈을 낭비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사고 싶다면 제품평부터 서비스 이용 후기에 이르기까지 순위와 평점을 열심히 공부하고 비교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 돈과 시간을 낭비해 불행해지더라도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인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물건 사기 전에, 돈 쓰기 전에 평점, 후기 열심히 읽고 꼼꼼히 비교하는 데 들인 시간과 행복이 비례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답이 있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모든 측면을 꼼꼼히 비교해서 정말 좋은 제품을 싼값에 사고 나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데 들이는 품과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에는 유명한 음식 비평가 피트 웰스(Pete Wells)가 고른 최고의 식당 목록이 ‘2023년 뉴욕 100대 레스토랑’이라는 제목으로 거창하게 실렸다. 시간이 되면 외식할 때 참고하기로 하고 기사 링크를 저장해 뒀다가 얼마 전에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 한 곳을 찾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실망스러웠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식당 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가 임박했다. 7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보고서가 나온 이후 방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당초 7월을 방류 시점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오염수는 인체에 유해할까? 도쿄전력이 일부 공개한 자료만 봐도 일본의 다핵종제거설비로도 핵물질이 정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오염수 투기 시 우리나라 근해와 인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므로 절대 투기를 허용해선 안 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은 일본 정부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공개하는 그것만으로도 위험성은 충분하다. 전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안전만 반복하는 일본은 객관적 사례마저 전무하며 200가지 중 62가지만 측정하였고 그나마도 공개는 7가지에 불가한 사례만 보더라도 오염수의 위험성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도쿄전력이 내놓은 문건에는 알프스 성능 관련 자료에도 핵종별 처리 후 얼마나 줄어드는지의 자료도 세슘. 스트론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다 갑자기 불검출로 바뀌는 등 아이러니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요오드(아이오딘)는 거의 줄어들지 않는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요오드는 알프스로 거의 제거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다음이 루비다움인데 많이 줄긴 했지만, 없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자택에 들어간 이후 첫 공식 외출을 했다. 장소는 팔공산 동화사.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보수 정치인들의 상징적인 장소다.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고 동화사 통일 여래 약사대불 앞에서 15분 동안 합장과 축원을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정치적 행보 해석을 경계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드러난 것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 외출 자체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는데 지난 연말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의 공개 행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곧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와 만나기도 했다. 경북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하고 박근혜 정부 실세 부총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던 만큼 그의 이번 행보는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으로 연결된다. 또
급속한 서구화의 물결속에 세계의 도시들은 사실상 얼굴없는 회색빛 도시들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벽돌을 쌓아가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공간을 가로, 세로 메워가는 것이다. 서구적 패션과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체인점들과 마트, 도시를 뒤덮고 있는 아파트 와 빌딩숲에서 그 도시의 얼굴과 정체성을 발견해 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오늘은 사람들이 도시를 하나의 숲과 덩어리로 바라볼 때 도시의 외적이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도시의 ‘경관(Landscape)’은 그 도시의 풍경, 조망, 외경 등 가시적 의미로 많이 활용된다. “landscape”는 “paysage(구획된 농촌 경관)”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고대 영어 ”landskip“와 고대 독일어 “landschaft”라는 용어에서 변화된 것이다. 랜드스케이프는 풍경이라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하지만 단어 자체의 구성요소가 갖고 있는 의미로 볼때 비슷한 사물로 구성된 복합체 즉 조직,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곧 landscape는 풍경으로서의 의미와 다양한 체계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도시의 경관’은 사람들에게 도시이미지로 형성되고 각인된다. 사람들은 도시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위급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건이 최근 잇따른 가운데, 정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실·권역외상센터와 근무 의료진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의료 인력으로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응급 의료시설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늘려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 의료계의 현실이다. 대학병원 방향으로 사이렌을 울리다가 중앙선을 밟고 역회전 질주하는 구급차가 전국에서 매일 스무 대다. 응급실 매치가 안 돼서 도로를 헤매거나, 최초 도착 응급실이 환자를 못 받아 재이송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2021년 한 해에만 7634건 발생했다. 환자가 살아있을 때 응급실에 도착한 경우만이다. 구급차 안에서 뺑뺑이 돌다가 비극을 맞은 사람은 별도다. 정부는 응급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낡은 녹음기를 튼다. 지난달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도 앵무새처럼 대책을 읊었다. 보건복지부 캐비닛에서 수차례 나왔다가 들어갔던 재탕이다. 애초 실행을 못 했고, 이번에도 실행할 수 없는 비현실적 탁상공론이었다. 특히 이들 시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근무하는 의료진의 보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우선 모색하고
일본은 최근 오염수 방류를 위해 지하 배수관로에 바닷물을 채우는 등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 균열등을 일본 원자력 규제 청까지 제동을 걸고 있지만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도쿄전력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 식탁에 ‘후쿠시마산’ 청주가 올랐다. 또한, 취재를 위해 모인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도 후쿠시마산 청주와 후쿠시마산 복숭아 주스 등 가공식품을 제공하며 후쿠시마원전이 안전하다는데 열을 올렸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유명인들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른바 ‘먹어서 응원하자’를 외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 식당에 제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부흥을 외치며 후쿠시마 핵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눈과 귀를 막고 일본은 후쿠시마산 식품이 안전하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후쿠시마원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보다 무려 180배 (8000 베크렐) 많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5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에 보낸 ‘경고’다. 세계기상기구의 3일과 17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온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던 라니냐의 시기는 끝났다. 대신 이제는 기온 상승을 부채질할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졌다. 엘니뇨가 시작되면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약속했던 방어선(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 폭 1.5도 이하로 유지)은 일시적으로나마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 다가온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 날아온 이 경고장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엘니뇨·라니냐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에는 서태평양보다 낮다.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이다. 태양에너지가 데운 동태평양 표면의 바닷물을 무역풍이 서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이 동태평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원리다. 그런데 2~7년 주기로 무역풍이 일정 기간 약화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때는 동태평양 표면의 따뜻한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 밑의 차가운 바닷물과 섞일 수 없다. 따라서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평소보다 뜨거워진다. 이 현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주어 문명을 시작하게 해 준 상징적 존재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지금 이 시기가 인쇄기의 발명, 과학 혁명, 인터넷의 등장과 같은 시기라 말하며, 이런 프로메테우스의 시기에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고, 신기술이 제공하는 낮은 비용으로 인해 누구나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민주화, 곧 인간의 상향 평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는 인쇄기, 과학학명, 인터넷, 챗GPT에 모두 적용되는 적절한 통찰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강력한 기술은 끔찍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드먼은 이를 원자력 기술에 비하며 기업과 정부, 학자들이 모두 모여 이 문제를 위한 연대를 만들어야 된다고 말한다.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십(Sapienship-사회적 영향력을 목표로 하는 회사)의 창립자인 유발 하라리가 뉴욕타임즈에 실은 ‘파란 약과 빨간 약을 여전히 고를 수 있다는 착각’이라는 칼럼을 통해 챗GPT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음은 칼럼에서 인용한 내용중 일부이다. 당신이 비행기에 타려는데, 그 비행기를 설계한 엔지니어 가운데 절반이 그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에서 2.1%로, 한국금융연구원도 1.9%에서 1.7%로 하향했다. 한국 경제 성장 핵심 동력인 수출 부진이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 데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수출 재개 역시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그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 수정이 당장 하반기 나라 살림 계획을 크게 흔들고 있다 최근 서민, 사회 취약계층의 삶이 벼랑으로 몰렸다는 아우성이 부쩍 늘었다. 여러 지표에서 위기 상황이 확인된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 사회의 최빈곤층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올해 들어 3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3만182명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8% 늘어난 규모다. 이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파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에 이르면 경제를 포함한 사회 활동을 거의 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면서 모든 나라가 역사상 최저 금리 정책을 썼다. 마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