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김우정 기자 | 100대 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지난 10년간 400조원 가까이 늘어 지난해 1천조원을 넘어섰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 사내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2012년 630조원에서 2021년 1천25조원으로 395조원 증가했다.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도 사내유보금은 같은 기간 260조원에서 448조원으로 188조원 늘었다. 이 기간 사내유보금 증가율은 매출액 증가율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의 2012∼2021년 사내유보금 연평균 증가율은 5.5%였으나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2.3%였다. 10대 기업도 같은 기간 사내유보금 연평균 증가율은 6.3%,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1.6%였다.
매출액 대비 사내유보금 비율을 뜻하는 유보율은 100대 기업의 경우 2012년 46.7%에서 2021년 62.0%로 증가했다. 10대 기업은 같은 기간 53.4%에서 80.1%로 늘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유보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최근 국내외 사업투자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가 하강 추세를 보인 여파로 풀이된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투자나 임금 등으로 사용하지 않고 비축해뒀다가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공급망 위기, 국제유가 상승, 주요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 등으로 인해 경기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속속 취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앞으로 전 세계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경기침체가 엄습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최근 기업이 유보율을 늘리는 이유는 대외불확실성이 크고 고유가·고금리·고물가로 투자 발굴과 사업 육성이 쉽지 않은 탓일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기업이 돈을 쓰지 않고 담아만 두면 경제가 고인 물처럼 썩게 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제)로 개정됐고 올해 말 일몰 종료 예정이다.
‘투상세제’는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환류되지 않고 유보된 기업 미환류 소득에 20%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제도다.
홍 의원은 “투상세제가 있든 없든 사내유보금은 계속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증가세가 변하지 않겠지만,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기업 투자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