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노쇼' 얼어붇은 설 정국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민생과 사법개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12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돌연한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회동 예정 시각 불과 1시간 얼어붙게 만들며, 제1야당 대표의 리더십과 책임의식을 둘러싼 깊은 의문을 낳고 있다.


장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의 제안을 수락해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당 최고위원들이 “들러리 서면 안 된다”며 반대하자 당일 오전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과의 회동은 특정 정파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 지도자들이 국정 현안을 놓고 소통하는 공적 책무의 현장이다.


이런 자리를 내부 강경파의 눈치를 보며 막판에 깨뜨린 행태는, 스스로 ‘협치의 파트너’가 아니라 극한 대치를 정치 기반으로 삼는 정파 리더임을 자인한 꼴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사법개혁 법안 일방 처리를 불참 사유로 내세웠다. 국회 다수파의 입법 폭주에 대한 야당의 견제는 정당한 정치 행위지만,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항의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선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간 이견이 클수록 대화의 테이블은 더 자주, 더 두텁게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상식이다. 법안 처리에 대한 불만을 명분 삼아, 이미 잡힌 대통령과의 회동을 ‘노쇼’로 끝낸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오판이다.


청와대 역시 “소통과 협치를 위한 기회를 놓쳤다”며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오찬이 무산된 뒤,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일정까지 보이콧하며 대치 국면을 더욱 키우고 있다. 대법관 증원법과 이른바 ‘재판소원법’ 강행 처리 이후 고조된 긴장에 ‘청와대 노쇼’ 파문이 겹치면서, 민생 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명절 장바구니 물가와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야의 정략적 공방이 아니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대책과 정치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설 이후 정국 경색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미 여야는 사법개혁 관련 추가 입법과 필리버스터, 국정조사 등을 앞세워 ‘정면충돌’을 공언하고 있다.


장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을 스스로 제안해 놓고도, 막판에 탈퇴한 전례는 앞으로 어떤 협치의 제스처도 진정성을 의심받게 만들 것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으면, 그 공백은 혐오와 냉소, 극단주의가 메운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책임을 증명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청와대 노쇼’가 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누구를 위한 정쟁이었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야당을 ‘비난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사법개혁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포용성을 확보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 민심을 더욱 차갑게 만든 이번 파행을, 정치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협치의 복원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정치권 전체에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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