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박상훈 기자 | 영암도기박물관이 이달 29일부터 2025년 특별기획전 '도자, 형形을 빚다'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원초적 재료인 흙이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을 만나 조형 예술로 승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도자의 예술·사회·철학적 의미도 조명하는 자리이다.
도자는 지구의 근본 요소인 흙·물·나무·불의 집약체이고, 일상의 그릇과 시대의 기억, 인간의 정서·가치관을 담는 매개체로 쓰여왔다.
이런 공감대에서 출발한 7인의 전시 작가는, 143점의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도자의 흐름을 보여준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시각화하는 김락겸 작가는, 물고기와 오리 형상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부드러운 곡선과 따뜻한 색채로 정적인 도자에 동적인 흐름을 부여한다. 작품으로 ‘소소한 일상’을 출품했다.
유머와 감성을 겸비한 조형을 선보이는 신성민 작가는, 친근한 동물, 위트 넘치는 표현이 있는 작품으로 일상의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대표작으로 ‘고양이를 쓴 소년–쉬어가기’와 ‘고양이 가면을 쓴 소년-PrayⅢ’가 있다.
현대 도시사회를 체스판에 비유하는 윤지용 작가는, 유니콘, 벽돌집, 셔츠 입은 남성 등을 체스 말처럼 배치해 사회적 통제 속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작품으로 ‘Chessman’을 출품했다.
전통 도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아련 작가는, 형태와 의미의 경계를 흐리는 오브제로 예술·디자인·공예의 혼종실험을 펼치며 현대 조형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작품으로 ‘호기심의 존재들 시리즈’와 ‘피어나다 시리즈’을 출품했다.
핀칭 기법으로 동물과 인간 형상을 섬세하게 융합하는 정은혜 작가는, 모든 생명이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대표작으로 ‘자유를 향한 몸짓’과 ‘달콤한 유혹’이 있다.
점토의 덩어리성과 가소성에 주목하는 정지숙 작가는, 원색과 유기적 조형으로 생명체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고, 여기에 일상의 오브제를 얹어 낯설지만 생동감 넘치는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대표작으로 ‘뭉글’과 ‘둘러보기’가 있다.
토끼를 모티프로 기억·감정·영성을 탐구하는 최정미 작가는, 핸드빌딩, 캐스팅,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으로 도자의 확장성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대표작으로 ‘무중력 댄싱’과 ‘캔디샵-핑크솔트’가 있다.
박연희 영암도기박물관 팀장은 “흙으로 빚어낸 인간의 표정, 동물의 생명력 등 입체적인 형상에서 색과 공간이 주는 감각적 경험, 확장성을 넓힌 도예의 미학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영암은 통일신라 고온 유약 도기인 ‘구림도기’의 발원지이고, 영암도기박물관은 사적 제388호 ‘구림리 요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