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은 봄을 다투지 않는다!

 

“이전에 피었을 때는 엄동설한이어서/ 오얏꽃은 희지 못했고 복숭아꽃도 붉지 못했지/ 지금은 매화꽃이 이미 어른의 자리에 있으니/ 어찌 어린 자들과 봄바람을 다투겠는가?”

 

중국 북송 시대 당경(唐庚)의 시 ‘이월에 매화를 보고’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눈보라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던 매화는 봄꽃들의 피는 순서와 영광을 시샘하지 않는다’ 하였다.

매화는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이른 봄 또는 겨울 끝자락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매화는 다른 봄꽃보다 일찍 피며, 차가운 겨울 공기를 뚫고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매화의 생김새는 꽃잎은 작고 둥글며, 가지 끝에 매달리는 형태로 피어난다. 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며, 낙엽소교목이다. 꽃을 강조해서 표현하면 ‘매화나무’라고 하고,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매화는 특이하게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식물로 개나리, 목련, 벚꽃보다 먼저 피기에 굳이 봄을 다툴 필요가 없다.

 

또한, 이 매화는 피는 시기와 환경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르게 불리 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로서 ‘조매’, 추운 날씨에 피어 ‘동매’, 눈 속에 피어 ‘설중매’라고 하며, 색에 따라서는 흰 매화를 ‘백매’, 붉은색 매화를 ‘홍매화’라 지칭한다. 매화는 예로부터 선비 정신을 나타내는 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은은한 향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매화는 선비의 정신을 나타내는 꽃이라고 했다. 또한, 선비들 역시 매화나무를 좋아하기도 했다. 실제로 선비들은 매화를 직접 심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 인내’이다. 이 꽃말 그대로 매화는 추운 겨울에도 피어나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지난 연말부터 대한민국은 시대적 비극으로 전국이 동토의 왕국으로 변해버렸다. 한날한시에 같은 일을 보고, 겪었음에도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며, 탄핵과 반대로 국민 분열이 마치 전쟁과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엇을 위해 다툼하는지 목적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여느 겨울보다 올해 겨울은 잔인할 만큼 슬프고 매섭다. 그러나 닭의 목을 아무리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겨울한파가 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약속이다. 지리산 대 화엄사의 홍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고즈넉한 사찰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구례의 봄을 선사한다.

 

구례는 봄이 되면 온천지 꽃으로 향연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 매화는 곧 구례 화엄사 사찰 마당에 피어날 것이다. 구례의 산과 들에는 산수유, 벚꽃, 개나리가 화려하게 만개할 순서를 조용히 기다린다.

 

세상의 모든 꽃은 자기만의 호흡에 맞추어 차례대로 피어난다. 자신이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다른 꽃을 눌러 앞서 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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