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김윤걸 기자 | 전라남도 나주시와 백호임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4회 백호임제 문학상’ 수상자로 본상에 송경동 시인, 젊은시인상에 조성래 시인을 최종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시상식은 12월 21일 오전 11시부터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백호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본상 심사위원인 김기택·나희덕·장석남 시인은 백호의 시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을 수상작 선정 기준으로 정해 3개월 간 심사를 거쳤다.
심사 결과 송경동 시인의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작품명·2023년작)를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위원들은 자본과 권력에 무릎 꿇지 않고 치열하게 저항해 온 송경동 시인의 시적 여정이 호방한 기상으로 세태에 순응하지 않았던 백호의 시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더 이상 추모시를 쓰지 않아도 되는 미래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다채로운 문체와 유연한 형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본상 수상자 송경동은 거리의 시인, 투쟁하는 시인으로 불리며 용산참사, 세월호 등 아픔과 고통이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서 있던 시민운동가다.
‘시는 언어로만 쓰는 게 아니다’고 말하는 송 시인은 196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2006년 첫 시집 ‘꿀잠’에 이어 ‘사소한 물음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꿈꾸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등을 출간했다.
천상병 문학상, 신동엽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7년 미당문학상과 2021년 대한민국 예술상(대통령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해 관심을 끌었다.
송 시인은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작품 후기에서 “내 시가 그럴듯한 명분에 기대지 말길 바라며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나로 현재의 나를 치장하지 않길 바라며 분노하는 일이 관습이나 체면치레처럼 굳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어 “세상과 삶이 안개 속처럼 뿌옇고 흐릿한 날이지만 멈추지 않고 내일 다시 써보겠다”고 밝혔다.
젊은 시인상 심사위원인 김중일·박소란·이영광 시인은 “체험에 근거한 절망의 농도가 짙고 그 사이사이 길어 올린 성찰적 사유가 선연하다”고 평가하며 조성래 시인의 ‘천국어 사전’(2024년작)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조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핍진하게 그리면서도 주변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 미덕을 가졌으며 여러 번 곱씹고 매만진 밀도 있는 언어로 자신과 주변의 고된 생활의 현장을 흡입력 있게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성래 시인은 1992년 마산에서 태어나 202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2024년 발행한 첫 시집 ‘천국어 사전’으로 젊은 시인상을 수상하게 된 조 시인은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누구에게도 건네 본 적이 없는 말들로 가득한 당신의 천국어 사전이 두툼해지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을 남겼다.
제4회 백호임제문학상 본상, 젊은시인상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최근 2년 내 발행된 시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최종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또 다른 수상 부문인 나주문인상은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선정했으나 수일신상의 사유로 수상자가 수상을 사양했다.
백호임제문학상 본상 수상자는 2천만원, 젊은 시인상 수상자는 1천만원의 창작지원금이 수여된다.
송경동 시인은 수상을 앞두고 “그 사이 비상계엄사태가 해결돼 광화문 광장이 아닌 시상식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과 시민들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매우 시의적절하고 뜻깊다”며 “제4회 백호임제문학상을 발판 삼아 전국적인 인지도와 공신력을 갖춘 문학상으로 키워 나주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