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박상훈 기자 | 1시간 사이 100㎜가 넘는 극한 호우 등 연일 물폭탄이 쏟아진 전남에서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랐다.
수로에 빠진 뒤 실종됐던 80대가 숨진 채 발견됐고 산사태·침수 우려에 주민 457명이 일시 대피했다.
토사 유실, 정전 등 각종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고 수확을 앞둔 논 1천여㏊에서도 벼가 쓰러졌다. 닭·오리 22만여 마리도 폐사했다. 사나흘 사이 재산상 피해액은 19억대에 이른다.
22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누적 강수량은 여수산단 401.5㎜를 최고로 순천 378.3㎜, 장흥 367.7㎜, 강진 359.4㎜, 진도 318.1㎜, 해남 261.6㎜, 고흥 247㎜, 광양 242.6㎜, 완도 230.9㎜ 등을 기록했다.
특히 21일 오후에만 전남 서남해안과 동부권에 차례로 ‘극한호우’가 쏟아지며 강수량이 크게 늘었다.
진도에는 21일 오후 3시53분부터 1시간 사이에 112.2㎜의 물폭탄이 퍼부었다. 같은 날 다른 지역의 시간 당 최고 강수량도 강진 96.5㎜, 장흥 80.9㎜, 보성 79.3㎜, 고흥 74.8㎜, 완도 64.8㎜ 등을 기록했다.
물폭탄에 인명피해도 났다. 지난 21일 오후 5시 13분께 전남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에서는 A(89)씨가 자택 앞 수로에 빠진 뒤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각종 장비와 인력 220명을 투입, 수색 작업을 벌여 18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35분께 숨진 A씨를 발견했다.
도내 주택 367채가 침수된 가운데 진도에서만 182채가 발생했다. 이어 해남 67채, 장흥 66채, 고흥 21채, 완도 15채, 강진 6채가 피해를 봤다.
소방당국은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에서는 침수·고립 위기에 처한 주민 10명을 무사 구조했다. 해남군 산이면·문내면에서도 불어난 물로 차량에 갇힌 3명을 구해내기도 했다.
도로 장애 303건, 주택 침수 451건, 토사 낙석 38건, 간판 안전 조치 등 3건, 기타 216건 등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주택 등 54곳에서 배수 작업도 지원했다.
이번 비로 인한 재산 피해 규모는 총 19억4천만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사유시설의 경우 주택·상가 등 피해만 12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공공 시설물 피해는 2억3천800만원으로 추산된다.
비바람에 목포·순천·고흥에서는 주택 3채가 반파되는 피해가 났다. 도내 주택 364채가 침수되기도 했다. 지역별 주택 침수 피해는 진도 182채, 해남 67채, 장흥 66채, 고흥 21채, 완도 15채, 강진 6채, 순천 4채, 무안 2채, 화순 1채 순이었다.
해남 화원·산이·황산면 일대 저수지 3곳과 장흥 석동저수지 등 수리시설 4곳의 제방이 불어난 물에 유실됐다.
광양시 옥룡면 죽천리 일대에서는 연일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쓰러진 나무로 전봇대가 파손돼 주변 마을 900여 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4시간여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수확을 앞둔 농경지 피해도 컸다. 완도에서는 2㏊ 면적의 배추 모종이 유실되고 순천에서는 열무·갓 0.1㏊가 침수됐다. 장흥 용두농협에서는 보유 물량의 50%에 해당하는 양곡 400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폭우로 닭·오리 22만2천마리도 폐사했다. 영암·해남 사육 농가 3곳에서 닭 16만4천마리가, 장흥·진도 축산 농가 3곳이 기르던 오리 5만8천마리가 폐사했다. 축산 분야 피해액만 4억7천300만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해남·고흥 양봉 농가 2곳에서는 꿀벌 폐사 피해가 났다.
전남도와 각 시·군은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복구 작업에 본격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