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與 ‘21대 국회 연금개혁 무산’ 개혁 의지는 있나?

 

21대 국회의 회기 만료가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 개혁이 갈림길에 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 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며 “단발 본회의를 열 수 있다”라고 여야의 막판 합의를 촉구했다. 여야는 그동안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토대로 시민대표단의 논의와 설문 조사를 거친 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명목 소득대체율의 모수 개혁안에 대해 이견을 좁혀왔다. 


논란이 되어왔던 소득대체율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 제시 안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보험료율 13% 인상, 소득대체율 44%라는 모수 개혁안에는 의견이 접근했다 하지만 이번 국회 임기 만료를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개혁의 포함 여부가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21대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너무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정협의체를 꾸려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데는 야당 잘못도 있지만,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여야는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것에 어렵사리 합의했다. 소득대체율 ‘43∼44%대 45%’로 맞섰지만, 야당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은 이를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차기 국회로 공을 넘기자고 한 게 빌미가 됐다. 정부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국민연금 운영계획안을 내면서 구체적인 모수 개혁안 대신 24가지 시나리오만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국회로 책임을 떠넘겼다. 국민연금법상 정부의 역할을 외면한 것이다.


연금개혁은 모수 개혁만으로는 ‘반쪽 개혁’에 그치고 만다. 미래세대의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연금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다. 국회 연금특위가 공론화 자리를 마련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첫발도 떼지 못한 채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원 구성 논의 등 정쟁에 휩쓸려 특위 출범은 뒷전으로 밀릴 게 뻔하다. 여기에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까지 닥치면 표 떨어지는 연금개혁은 물 건너간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당은 ‘민주당의 연금 쇼’라고 비난하며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합의 못 한 건 1%포인트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과 연계 등 구조개혁 문제를 따로 떼기 어렵다”라면서 차기 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대통령실도 “쫓기듯 타결하지 말고 차기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라면서 국민에게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주장은 궁색해 보인다. 여당은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 연계한 전체 구조의 개혁 없이 국민연금만 떼어내 개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합의하기 힘든 모수 개혁을 우선 추진한 뒤 추가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많은 연금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대통령실은 “연금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개혁 모두 필요한 매우 어려운 과제로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는 타협과정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그간 여야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하고 공론화위원회 등을 거쳐 여론조사까지 벌인 합법적인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21대 국회를 건너뛴 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설령 국회 특위를 다시 구성한다 해도 새로운 개혁안을 만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여권이 합의를 거부하는 건 야당이 국민연금을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이 이 대표의 국민연금 대타협 드라이브에 정국 주도권을 뺏기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난무한다. 이런 게 사실이라면 정작 국민의 민생은 안중에 없고 당리당략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욱이 작년 10월 정부 단일안 없이 24개 시나리오를 국회에 던져 놓고 손을 놨던 정부가 인제 와서 ‘설명 시간 부족’ 운운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국회 임기 막바지에 와서 기초연금·국민연금 관계 설정 등 구조개혁까지 언급한 것은 어렵사리 합의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을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주장과 진배없다. 김 의장은 “이 기회를 살리지 않는 것은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국회 연금특위가 공론화 자리를 마련하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첫발도 떼지 못한 채 다음 국회가 출범하면 원 구성 논의 등 정쟁에 휩쓸려 특위 출범은 뒷전으로 밀릴 게 뻔하다. 연금개혁이 1년 늦어질 때마다 필요한 국가재정이 매년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당은 난데없이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역제안하고 나왔다. 의장의 간곡한 권고는 대놓고 무시하면서 무슨 생뚱맞은 협의체 타령인가. 거부를 위한 거부나 다름없다. 정부 여당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22대 국회로 미뤘다가 모수 개혁도, 구조개혁도 다 무산될 경우 그 뒷감당은 정부 여당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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