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몇 년전의 공익광고가 생각난다. 어두운 도로 한복판에서 촬영 스탭이 배우에게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몇 명까지 줄었으면 좋을까요?”라고 묻자, 배우는 머뭇거리다 “한.. 50명쯤...”이라고 답을 한다.
그러자 어두웠던 주변에 조명이 켜지면서 그 배우의 가족들이 앞에 서있는게 보이고, 촬영스탭은 “앞에 보이는 분들이 50명입니다”라고 말을 하자 배우는 그제서야 아차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명이라도 그게 내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해 2,000명 후반대의 교통사고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50명은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중 첫 번째는 상향등 작동의 생활화이다.
많은 운전자들은 상향등 작동을 꺼려한다. 그 이유로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배려(속칭 ‘눈뽕’ 방지), 그리고 운전자 입장에서 도로가 어둡지 않아 앞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로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도심지 내에서는 차량 전조등 조차 켜지 않은 차량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맞은 편에 차량이 진행해 오거나 다른 차량의 뒤를 따라가면서 전방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향등을 켜야 한다.
특히나 전남과 같이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고, 농지를 끼고 있어 조명시설 설치가 어려운 도로에서는 전조등 작동은 필수이며, 앞이 잘보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상향등을 작동시켜야 한다.
매년 전남지역에서는 야간에 시골길을 걷던 사람을 차량이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나주에서는 포장된 농로(직선구간)에서 마주오던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이 충돌하여 자전거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마을과 큰도로를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이용되어 농로임에도 통행량이 적지 않은 편인 곳이다.
그러나 양쪽에 농지가 있어 빛공해 우려로 가로등은 설치되지 않아 야간에는 도로와 주변이 매우 어두운 곳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남은 도로도 많고 농지도 많아 모든 도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어두운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반드시 상향등을 켜야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2023년)에 의하면 야간 차량의 전조등은 평균 약 40m의 가시거리가 확보되나, 상향등은 평균 약 80m의 가시거리가 확보된다.
즉 야간에 상향등을 켜고 평균 70km/h의 속도로 주행할 경우에 전방에 사람을 발견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남 지역의 시골도로는 제한속도가 70km/h 이하로 야간에 상향등만 작동시키고 운전한다면 분명 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내가 가고 있는 어두운 도로 앞에 내 가족이 걸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야간 어두운 도로에서 상향등은 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라남도경찰청 교통과 윤대길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