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진퇴양난’… 선택장애 직면

YMTC·SMIC 등 사업 차질 겪자 中 보복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행보 촉각

전남투데이 김성남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제재 시 한국 기업이 물량을 공급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관련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오전 9시 43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91%(600원) 떨어진 6만 5,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01%(900원) 밀린 8만 8,200원에 거래 중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가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중국에서 판매 금지될 경우 부족 물량을 우리 기업이 공급하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하면서 관련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등까지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합류시키자 중국이 반격에 나선 것. 중국은 미국 마이크론을 볼모로 잡는 분위기다.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빅3’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리푸 아이씨와이즈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마이크론의 규제에 주목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국을 따르지 말라’는 경고 신호”라고 보도했다.


신즈쉰 등 중국 언론은 “마이크론이 첫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은 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를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라면서 “관련 움직임 이후 최대 수혜자가 마이크론”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메모리 기업 YMTC, CXMT 등은 첨단 장비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신제품 개발 및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중국 시스템반도체를 주도하던 화웨이, SMIC 등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자국 기업은 물론 내수 생태계도 황무지로 변할 위기다. 미국은 반도체법 안전장치(가드레일) 조항으로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대한 투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게 될 기업은 이를 따라야만 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조금 수령 이후 10년간 현지 생산능력 증대는 첨단 반도체 5%, 범용 반도체 10% 미만으로 한정된다. 기존 라인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투자는 어렵고 현상 유지 정도만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대만 등과 ‘칩4 동맹’을 결성 중인 한국으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미국에는 글로벌 장비업체와 대형 고객이 즐비하고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주요 생산거점이다. 양쪽 다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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