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전라남도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가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http://www.jntoday.co.kr/data/photos/20230414/art_1680676052316_dca1a2.jpg)
전남투데이 임정용 기자 | 윤석열 정부가 MB 정부의 ‘4대강 보 물그릇’론을 재소환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광주·전남 지역 가뭄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환경부는 3일 발표한 가뭄 중장기 대책으로 ‘4대강보 적극활용’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는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어서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엉뚱한 ‘가뭄 처방’을 내리니, 일부 언론은 관계없는 근거를 내세우며 박수를 치고, 환경부는 구체적 조사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4대강 물을 펌핑해(끌어올려) 최대 10㎞ 거리의 양수장까지 보낼 계획”이라고 했으나, 대상이 되는 양수장 수조차 집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승촌보 상시 개방 그리고 금강의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결정을 내렸다.
현재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영산강은 수문을 일부 열어두는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문을 열어뒀으니(방치) 물이 없고, 그래서 가뭄 대응이 안 된다’는 4대강 사업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영산강을 비롯한 4대강 16개 보는 정말로 ‘방치’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한 곳에서 강물을 끌어들이는 취수장과 양수장의 운영이 중단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산강은 보의 수문을 여닫으면서 부분 개방을 하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를 막고, 강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양수장 물 공급이 지장을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양수 최저수위’를 지키며 수위를 조절한다.
오히려 문제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취‧양수장 99곳을 이설‧보강하면서 취수구 높이를 일괄적으로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 끌어올렸다. 관리수위는 가동보(수문을 여닫는 보) 수문을 닫아 고정보(수문이 없는 보) 상단까지 물이 차는 수위다.
이렇게 되자, 보의 수문을 열면 물이 빠지면서 양수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상과 수질에 따라 수문을 개폐하자는 취지에서 보를 ‘가동보’로 만든 것이었는데 취‧양수구를 높이면서 수문을 열 수 없는 ‘반쪽짜리’ 시설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등 분분한 해석이 있다.
지난 3일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했다. 장흥댐~주암댐에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등의 2단계 기본대책 말고도 4대강 보를 언급했다.
환경부는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장관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에 저류된 물이 2308만톤 정도 된다. 이를 관리수위까지 상승시키면 1160만톤 정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영산강에서 직접 물을 끌어올리는 기존의 취양수장은 예정대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번 목표는 그보다 조금 먼 지역에 4대강 물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단 펌핑(양수)을 하면, 최대 10㎞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 적합한 양수장이 몇 곳인지에 대해서 환경부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수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현재 (영산강의) 가용 구간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4대강 물의 수혜를 입는 양수장이 몇 곳인지 추리지 않은 채, 설익은 대책을 장관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설사 10㎞ 멀리 보내도 그 지역 물이 부족하지 않으면 굳이 보낼 필요가 없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보에 갇힌 물은 녹조 독이 가득한 물인데 이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지금 광주전남 시도민에게 필요한 물은 맑고 안전한 물이지, 녹조 독이 들어있는 위험한 물이 아니다. 안전한 식수와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서라도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해 영산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