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윤진성 기자]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전남도립국악단(예술감독 류형선)이 음악과 문학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북앨범 『골디락스:간격』(도서출판 걷는사람)을 출간했다. 북앨범에는 우리 시대의 멘토로 일컬어지는 김용택, 도종환, 정호승 시인 등 아홉 명의 예술가가 창작한 글·그림을 비롯해 전남도립국악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연주한 열다섯 곡의 음악이 해설과 함께 담겼다.
영국의 전래동화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 ‘골디락스(Goldilocks)’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간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전남도립국악단은 이 ‘골디락스’라는 의미에 걸맞게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이라는 주제로 시와 산문, 그림, 음악을 선별해 북앨범을 엮었다.
김용택 시인과 정호승 시인은 서늘하고도 고요하게 정신을 일깨우는 시를, 도종환 시인과 방현석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건용 작곡가, 김해숙 가야금 연주가, 최일도 목사는 팬데믹 시대의 지혜와 조화를 북돋우는 산문을 실었고, 박재동 화백은 <적정 거리>라는 제목의 그림을 통해 공명의 울림터가 있는 삶을 갈망한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지금 모습 이대로 생존 가능한 이유는 생명체가 살기에 최적화된 골디락스를 태양으로부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리가 조금만 더 좁혀지거나 조금만 더 멀어지면 지구의 생명체는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질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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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응했던 음악들, 내가 아름답다고 느껴서 내 인생과 동행해 온 음악들의 속내에는 대부분 이 골디락스의 원리가 체현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빚어내고픈 창작의 기본좌표는 골디락스이다. 가령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음악, 한 번 들어도 오래 들은 듯하고 오래 들어도 늘 처음 들은 것 같은, 그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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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나 죽은 뒤에도 사람들 곁에 오래오래 머무를 자격을 갖춘 그런 음악—이 북앨범에 도종환 시인이 보내 준 명제처럼, ‘무늬와 바탕’이 서로 잘 어울리는 그런 음악, 이 지상에 머무르는 동안 나도 그런 음악을 남기고 갈 수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 서문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 : 골디락스」 중에서